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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건재" 내부균열 조짐도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과 영국의 공격이 4주째에 접어들었는데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세력은 별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BBC방송은 29일 "그동안의 폭격으로 비행장.훈련캠프.탄약고 등 상당수의 군사시설이 파괴됐음에도 탈레반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인 모하마드 오마르는 알제리의 아랍어 일간지인 '엘윰' 28일자에 실린 회견에서 "많은 도시에서 사람이 죽고 다치고 사원과 병원.집들이 파괴됐다"고 피해를 시인하면서도 "우리의 저항 의지와 능력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내부 균열 조짐도 거의 없다.일부 전선 지휘관들이 텔레반에 반대하는 북부동맹으로 귀순하긴 했지만 숫자도 많지 않은데다 대부분의 북부동맹 구성원들과 같은 소수민족 출신이어서 대세로 보긴 어렵다.

탈레반은 북부동맹의 군사공세도 잘 막아내고 있다. 북부동맹의 집중공격에도 불구하고 북부 전략 요충지 마자르 이 샤리프를 굳건히 방어하고 있고, 수도 카불 등 주요 도시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

27~28일에는 탈레반을 돕겠다는 파키스탄의 무장세력 1만여명이 국경에 집결하자 "필요하면 부르겠다"며 설득해 돌려보내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정작 탈레반은 미군의 군사공격보다 분열 공작을 더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지난 26일 미군의 지원 아래 다수종족이자 탈레반의 최대 지지세력인 파슈툰족의 온건파와 접촉하려 했던 압둘 하크 장군을 잡아 그날 바로 처형했다.

대소 항전의 영웅으로 탈레반 소속이 아닌 파슈툰족 인사 중 가장 영향력이 큰 하크를 제거함으로써 탈레반은 일단 파슈툰족 분열공작을 원천봉쇄한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측은 미국 등 서방의 지원 아래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자히르 샤 전 국왕측에 비난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오마르는 최근 인터뷰에서 "수십년 전 국가의 적으로 규정된 사람들을 우리의 지도자로 강요하려는 미국과 서방의 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해 이 문제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서울=채인택 기자,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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