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이 있는 풍경] 문화계 끌고 밀고 '환상의 복식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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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오늘은 두 자매 이야기입니다. 박민정(사진 오른쪽).민선 자매. 1970년생으로 둘은 쌍둥이입니다. 문화계에서는 아주 드문 경우지요.

아무리 쌍둥이라고 하지만 둘은 닮아도 너무 닮았습니다. 그래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기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결혼식장에서 동생을, 평소 잘 알고 있던 언니로 착각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냉랭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 자매는 문화계의 '무서운 아이'로 불립니다. 짱짱한 실력과 열성을 갖춘 차세대 주역들이기 때문입니다.

언니 민정씨의 일터는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 올해 입사 9년차로 음악 기획.제작의 베테랑입니다. 프로듀싱한 콘서트는 셀 수 없이 많고 오페라도 네댓편이나 됩니다.

현재 오페라 '가면무도회'(11월 4일까지 오페라극장)의 PD로 뛰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문적으로 달려들고 싶은 분야는 오페라와 무용입니다.

이유는 "개인의 테크닉이 우선하는 콘서트보다는 여러 사람이 어우렁더우렁하며 매달리는 그곳의 땀 냄새가 좋기 때문"이랍니다.

'강북파'인 동생 민선씨는 삼성문화재단에서 일합니다. 96년부터 이 재단이 '예술 꿈나무'를 선발해 유학을 보내주고 있는 맴피스트의 실무를 맡다가 최근 홍보 파트로 옮겼습니다.

대학시절 전공은 고고미술학인데, 오랫동안 예술자문과 교육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국내외 이 분야의 흐름을 두루 꿰고 있습니다. 언니는 기획.제작 등 현장에 강하고, 동생은 그 뒤를 받치는 지원 제도와 정책 등의 전문가인 셈입니다.

그러니 만약 둘이 힘을 모으면 문화계의 '환상의 복식조'로 따를 자가 없을 겁니다. 틈만 나면 둘은 실과 바늘처럼 붙어다니며 열심히 공연을 보러 다니는데 "관점이 다를 때는 설전도 불사한다"는 게 민선씨의 귀띔입니다.

자매는 아직 미혼. "워낙 서로 의지가 돼 누가 먼저 곁을 떠나면 너무나 외로울 것 같다"며 서로 손을 꽉 잡았습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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