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MB의 검찰 개혁 다짐, 말에 그쳐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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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검찰 개혁’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과천의 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다. 그는 ‘검사 스폰서’를 거론하며 “국민이 이해하지 못할 일의 관습화·관례화가 가장 두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 시스템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말로 그쳐서는 안 되고, 대통령이 직접 챙겨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검찰 자체에 맡겨선 검찰 개혁이 유야무야돼 왔기 때문이다.

현 단계에서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스폰서 파문을 철저히 조사해 국민으로부터 한 점 의혹도 받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산지검장과 전 대검 감찰부장까지 연루된 사안인데 ‘같은 식구인 검찰에 맡길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불식(拂拭)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특별검사 논란이 제기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국민은 이번 스폰서 파문을 지켜보면서 이 같은 구조적 비리의 재발 방지는 물론 권한 남용 방지 등 총체적인 검찰 개혁을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스폰서 파문 조사로 관련자 몇 명이 옷을 벗거나 징계당하는 선에서 이번 사건을 매듭지으려고 해선 안 된다. 여기에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불가피할 것이며, 입법부 및 사법부와 조율도 필요할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하는 이유다.

검찰도 차제에 자신에게 집중된 권한과 부담을 분산시킬 제도적 장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스폰서 파문도 기소독점주의란 무소불위한 제도가 초래한 측면이 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기소독점의 보완장치로 현행 재정신청제도 외에 시민 참여로 이뤄지는 일본의 ‘검찰심사회’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하다. 더불어 지난 정권에서 깊이 논의됐다가 유야무야된 검·경 간 수사권 조정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과도한 힘을 줄임으로써 오히려 힘 있는 ‘독립 검찰’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힘은 국민의 사랑과 존경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검찰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