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일의 마켓 워치] 남유럽발 위기, 단기 치유 힘들지만 중장기적 안목으로 틈새시장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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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PB본부를 총괄하다 보니 최근처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을 적잖이 겪는다. 이때마다 부자들이 선호하는 금융상품의 흐름도 다양하게 변하는 것을 느낀다. 현 시점에 스마트 머니(Smart Money: 똑똑한 돈)를 가진 부자들은 어디에 투자할까. 저금리 때문에 보수적인 부자들이 많이 찾았던 은행 정기예금의 매력이 떨어졌다. 대신 대부분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확정금리 상품의 대안으로 우량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꼽는다. 초우량회사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회사를 골라 투자한다면 정기예금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의 초과수익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예금 대비 프리미엄이 있는 만큼 분명 위험도 존재한다. 하지만 현 시점이 글로벌 경기 회복시기임을 염두에 둔다면 충분히 투자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파생결합증권(DLS)도 부자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다. DLS는 이자율·통화(환율)·기업신용·실물자산(금·원유 등) 등의 기초자산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그중에서도 신용과 연계된 DLS는 만기까지 확정금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기예금의 틈새 상품이 될 수 있다. 예컨대 2009년 초 글로벌 신용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을 때 고액자산가들은 오히려 신용연계 DLS에 대한 투자를 늘려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에 가까운 고정금리를 향유했다.

현재 남유럽발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서도 글로벌 경기회복의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다면 신용연계 DLS는 훌륭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 다만 일련의 위기사태로 인해 원금손실 위험을 우려한다면 주식연계예금(ELD)도 고려해볼 만하다. ELD는 예금의 일종으로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최근 급락을 이용한 주식시장 상승 시 일정 부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시장만 제대로 움직여준다면 은행 예금 대비 최고 1.5~2배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해외시장 쪽으로 눈을 돌려도 틈새시장은 있다. 해외 채권이 그런 시장이다. 많은 투자자가 선진국 채권보다는 신흥국 채권에 관심이 많다. 올해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흥국의 GDP 성장률은 6% 내외로 전망되고 있다. 신흥국가들 내에서 상대적으로 우량한 자산에 선별적인 투자를 한다면 분명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위기는 항상 기회와 공존하며, 먹구름 뒤에는 뜨거운 태양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위기 속에서도 틈새시장을 꾸준히 찾는 사람만이 위기가 걷힌 후 시장이 보내는 미소를 만끽하지 않을까.

권준일 하나은행 PB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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