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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빠와 함께 탄 롤러코스터, 소년은 두렵지 않았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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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호 18면

5일 어린이날에 이어 8일 어버이날에도 도시 밖으로 나가는 길은 주차장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언제부턴가 5월은 그렇게 보내는 달이 됐습니다. 서울 근교의 모든 놀이동산은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노인들도 자식과 손자에게 이끌려 놀이동산 나들이를 즐기는 세상입니다.

어린이날ㆍ어버이날 놀이동산은 가족물결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가 자랑하는 ‘T익스프레스’가 굉음을 내며 허공을 솟구쳤다 추락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 올라타면 무려 12번이나 무중력의 순간을 경험해야 하는 공포의 기차입니다. 낙하각이 77도나 돼 세계 최고라고 하는군요.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즐거워합니다. 겁 먹고 서 있던 한 꼬마도 용기를 내서 기차에 올랐습니다. 폭포처럼 떨어지는 기차가 무서웠겠지만 아버지가 옆자리에서 튼튼한 팔로 붙잡고 격려해 줍니다. 기차에서 내린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을지 모릅니다. “우리 아들 용감하구나! 이제 다 컸어.” 소년은 그런 칭찬에 한 뼘 더 자랐을 겁니다.

여섯 살짜리 꼬마가 몽당연필로 한자를 한 획 한 획 써나갑니다. 곁에는 큼직한 글씨로 쓴 모범 답안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미소 띤 얼굴로,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지켜봅니다. 황토마당에선 콩깍지가 강렬한 햇살에 터지고 뒤란에서는 매미 우는 소리가 따갑습니다.

무료한 여름의 한낮. 아버지는 어린 막내에게 한자로 이름 쓰기를 가르치기로 합니다. 획순을 잘 보라고 하고는 아이의 이름을 천천히 적어줍니다. 아이는 아버지의 손끝이 그려내는 선을 눈으로 기억하곤 종이에 자기 이름을 그려냅니다. 崔, 正, 東.
동(東)자 마지막 획을 긋는 순간 아버지가 외칩니다. “우리 아들 천재다. 한 번 보고 그걸 외다니!” 아버지는 박수를 치며 즐거워합니다. 긴장했던 아이도 아버지의 칭찬에 가슴이 뿌듯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써 본 한자니까요. 40년도 더 된 옛적, 경상도 산골 마을의 아련한 풍경입니다.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랍니다. 부모의 기대와 격려가 클수록 아이들의 꿈은 커집니다. 어떤 이는 평생 자기가 천재라고 굳게 믿으면서 학교에 다니고 직장 생활을 합니다. 아낌없는 칭찬으로 자식의 마음속에 심어준 자부심은 평생 꺼지지 않는 삶의 원동력이 됩니다. 오늘, 당신의 자녀들을 한번 더 칭찬하고 격려하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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