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추경안 10월 처리 협조 민생투어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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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민생 투어(민심듣기 현장탐방)'를 재개한다. 지난 추석연휴 때 서울 신당동 봉제공장을 찾은 뒤 1개월 만이다.

한 당직자는 28일 "재.보선 승리 후에도 여권을 계속 몰아세울 경우 불필요한 역풍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포지티브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오(李在五)총무 역시 "예산을 볼모로 한 협상이나 투쟁은 하지 않겠다"며 "추경도 가능한 한 이달 안에 처리해줄 것"이라고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李총재는 오는 31일 청주에서 대학생들과 취업난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대구(1일)와 울산(4일)도 방문한다.

대구에선 지역의 대학총장들과 지방대 육성방안을 논의하며, 울산에선 등반대회를 계획 중이다. 대구 행사엔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와 박근혜(朴槿惠)부총재도 참석한다.

총재실 관계자는 "李총재가 경기와 충청은 물론 부산.경남지역도 다음달 중 방문해 민심을 살필 것"이라고 설명했다.

李총재는 대(對)자민련 관계에서도 유화 기조를 표방했다. 지난 27일 천안연수원에서 열린 중앙위 임원연수회에선 "과반수가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이 중요하다"며 자민련 의원 영입설을 부인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자민련과 원수되는 일을 왜 하겠느냐"고 말했다.

JP(김종필 총재)를 자극해 손해를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물밑에선 영입작업이 추진 중"이라는 당내외 소문이 수그러든 상태는 아니다.

李총재의 이런 행보를 놓고 당내에선 찬반이 엇갈렸다.

한쪽에선 "국민 여론을 신경쓰고 여권의 정계개편 시도를 촉발하지 않으려면 유연한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동조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선 강한 대여투쟁과 함께 李총재의 비전 제시를 요구하는 주장도 나온다.

李총재가 지난 1월 '국민우선 (People First)'정치를 실천한다며 민생 투어를 시작했지만, 아직은 구호 수준에 머무르는 인상이라는 주장이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21세기 국가경영에 관한 비전부터 제시하는 게 당으로선 보다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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