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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러대전] 베트남전 악몽 되살아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7일 시작된 미국과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4주째에 접어들었으나 성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은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지만 오폭과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며 반전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 공세 강화에도 성과는 불투명=미국은 27일 카불 북부 탈레반 기지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주요 지역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특히 카불 북쪽 약 30㎞ 지점의 바그람 공군기지 주변 군사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미 언론들은 대소전 영웅으로 반(反)탈레반 지도자인 압둘 하크 장군이 최근 탈레반에 잡혀 처형된 이후 미국측의 군사공세가 더욱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이 탈레반에 등을 돌리게 하려고 하크를 현지에 파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인도양에 이지스함을 포함한 해상자위함대를 파견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며, 러시아도 탈레반에 맞서는 북부동맹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할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탈레반군의 전열이 무너지고 있다는 근거는 찾기 힘들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6일 고위 군사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지난 19일과 20일 지상 공격에 투입된 미국 제75레인저 연대 정예병력이 탈레반군의 완강한 저항에 밀려 서둘러 퇴각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합참의장인 마이클 보이스 제독도 이날 "이번 전쟁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어려운 전쟁이며 종전까지 3~4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무장한 파키스탄인 5천~1만명이 27일 탈레반측을 돕겠다며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 오폭 연발에 반전여론 확산=미국은 지난 16일에 이어 26일에도 카불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구호물품 창고를 오폭했다고 시인했다. AFP 통신은 미군기가 28일 카불 북동부 민간인 거주지역을 폭격해 어린이 9명을 포함해 적어도 민간인 1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공습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에서 이번 전쟁에 반대하는 조직적인 시위가 벌어져 3백여명이 반전구호를 외치며 시내를 행진했다.

이슬람 교도들의 반미시위도 거세지고 있다. 인도 말하라슈트라주의 이슬람 교도들은 27일 대규모 반미 시위를 벌였으며 진압과정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7명이 숨졌다. 파키스탄 최대 도시인 카라치에서는 5만명이, 퀘타에서는 2만명이 반미 시위를 벌였다.

이상언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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