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대만 총통 새 회고록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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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천수이볜(陳水扁.사진)대만 총통의 새 회고록이 대만 정가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정권교체기에 기득권층과 군부의 반발로 손에 땀을 쥐어야 했던 위기상황이 있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 내용=다음주 서점에 선보일 회고록의 제목은 『세기의 첫 항해-정권교체 5백일의 단상(世紀首航-政黨輪替五百天的沈思)』. 이 책의 정권교체기 부분에서 陳총통은 "거칠고 사나운 파도, 그 한가운데서 손에 식은땀을 쥐었다(驚濤駭浪 捏把冷汗)"고 토로했다.

우선 국내정치와 국가안보 부문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넘어오지 않았다. 군부의 움직임도 불온했다. 첫째 이유는 陳총통이 군의 기득권을 상당부분 박탈할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여기에 陳당선자가 대만독립을 추진할 것이며, 이 경우 양안간 군사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불안도 깔려 있었다.

비록 당시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이 순조로운 정권이양에 협조할 것을 약속하고, 탕야오밍(湯曜明) 당시 참모총장이 새 정부에 충성을 천명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陳총통은 이런 상황을 "양심(良心)과 구호만 이양됐을 뿐, 제도와 장부는 넘어오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당시 陳당선자와 그의 측근들은 '만일 국가비상사태가 일어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했을 뻔한' 형편이었다는 것.

陳총통은 "과연 정권을 넘겨 받을 수 있을지, 예정된 날에 취임식을 치를 수 있을지 전혀 확신할 수 없었던 암담한 세월이었다"고 회고하고 "그래서 취임 후 1백일 동안은 군부의 신임을 장악하는 데 가장 큰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 대만 반응=당시 집권당이었던 국민당은 이번 회고록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삼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연합보(聯合報) 등 대만 신문들은 "국민당의 한 고위 관계자가 '陳총통의 회고록이 다소 과장은 됐으나 적지않은 부분이 사실과 부합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집권 민진당의 관계자는 "정권 교체 후의 정치.경제적 혼란이 결국 국민당의 방해와 견제에 의한 것임이 이번 회고록을 통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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