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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중국집 요리사 우리 아빠, 끝내주는 맛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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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짜장면 더 주세요!
이혜란 글·그림, 사계절, 52쪽, 9800원

저자는 주인공 강희처럼 중국집 딸로 태어나 자랐다고 한다. 책을 만들면서 자신의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다는데, 그 깨달음이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계절 제공]

분명 직업을 소개하는 정보 그림책인데, 책을 읽고 나면 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본 듯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직업, 중국집 요리사. 대단한 희생정신이나 봉사정신을 요구하는 직업이 아닌데도 새삼 고맙고 자랑스러운 존재로 다가온다. 일해서 먹고 살고 가족을 부양한다는 것 자체에 얼마나 숭고한 가치가 있는지, 중국집 요리사의 일상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절로 깨달아지는 것이다.

책의 주인공은 중국집 딸 강희다. 아빠는 중국집 요리사, 엄마는 중국집 사장이다. 아빠의 하루는 장보는 일로 시작된다. 재료가 싱싱한지 아닌지 아빠는 척 보면 안다. 양파는 겉껍질이 잘 마르고 단단해야 하고, 당근은 잔뿌리가 없는 게 좋다. 감자는 껍질이 얇은 걸로 고르고, 홍합·피조개·대합은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으로 산다. 사온 재료를 씻고 다듬는 일은 가게 문을 열기 전 끝내야 한다. 국수 삶을 물을 끓이고, 돼지 비계로 기름을 내는 것도 미리 해놔야 할 일이다. 책은 자장 양념을 만들고, 국수를 뽑고, 해물을 볶는 강희 아빠의 일상을 마치 요리 도감처럼 자세히 다뤘다. 어느 한 과정도 허투루 할 수 없는 전문가의 세계다. 왼손에 늘 무거운 팬을 들고 있어 아빠는 오른팔보다 왼팔이 더 굵다.

음식을 나르고, 주문전화를 받고, 설거지를 하는 일은 엄마의 몫이다. 손님이 다녀가는 사이사이 설거지를 하는 엄마의 손이 얼마나 빠른지 모른다. 그릇의 기름기를 싹 빼기 위해선 손이 델 만큼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해야 한다. 그래서 엄마는 고무장갑 안에 면장갑을 하나 더 낀다.

마지막 손님이 가고 나면, 엄마는 부엌 정리를 하고 아빠는 가게를 쓸고 닦는다. 바닥에 엉덩이만 닿으면 바로 코를 고는 아빠 옆에서 엄마는 장부를 꺼내 정리한다.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그 평범한 일상 속에 보람과 재미가 켜켜이 끼어있다는 게 독자 눈에도 보이는 시간이다. 또 꼭 돈 많이 벌고 높은 명예를 얻는 직업을 가져야만 존경받는 인물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건강한 직업관이 싹트는 시간이기도 하다.

책은 다양한 직업세계를 보여주는 ‘일과 사람’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우편집배원을 다룬 2권 『딩동딩동 편지 왔어요』가 함께 출간됐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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