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사형제도 폐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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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26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방문, 사형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다시 주장했다.

金추기경은 이날 사형수 7명을 포함한 1백50여명의 재소자들을 상대로 미사를 집전한 뒤 사형수들과 따로 점심식사를 하며 위로했다.

金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사형제도 폐지와 존속 주장이 각각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인간존엄성을 해치는 제도이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金추기경은 이어 "한 해에 1백만명이 넘는 낙태아가 나오고 존속(尊屬)살인이 끊이지 않는데도 이들의 죽음에서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의 생명경시 풍조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사형수들은 이에 대해 "생명의 존엄성을 환기시켜 주신 추기경님의 말씀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李모씨 등 3명의 사형수들은 "조금이나마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金추기경은 장미 한송이씩을 건네며 사형수들과 차례로 포옹을 한 뒤 구치소를 떠났다.

추기경과 사형수들의 만남은 사형제도 폐지 운동을 벌이는 범종교연합체(본지 10월 26일자 15면)의 일원인 천주교 주교회의정의평화위원회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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