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군 집속탄 사용… 세계가 지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군이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할 수 있는 집속탄(集束彈.cluster bomb)을 아프가니스탄에 투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제 사회의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미군은 군사 시설에 한해 집속탄 공격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유엔 등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비윤리적 무기인 집속탄의 사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집속탄 사용했다"=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25일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면서 집속탄을 사용해 왔다"고 인정했다. 목표물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사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어스 의장은 집속탄 사용으로 민간인이 사망한 사실은 아는 바 없다고 대답했다.

유엔의 스테파니 벙커 대변인은 지난 22일 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시의 민간인 마을에 집속탄을 투하, 여덟명이 숨졌으며 땅에 박힌 불발탄을 뽑던 민간인 한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엔 지뢰 제거 프로그램 관계자는 미군이 사용한 집속탄을 'BLU97'로 추정했다. AFP 통신은 미군이 25일에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한시간 가량 폭격하면서 9개의 집속탄을 투하했다고 보도했다.

◇ 거세지는 비난 여론=지뢰 제거 단체를 지원하는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 추모사업재단측은 "불발탄이 오래도록 남아 민간인들을 위협할 것"이라며 미국.영국 정부에 집속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불발률이 10%나 되는데다 파괴력이 엄청나 집속탄 공격을 받은 지역의 주민들이 토지 경작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 아프가니스탄의 기아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집속탄은 타격 범위가 광범위할 뿐 아니라 파괴력이 종전 후에도 계속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99년 유고 폭격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한달 동안 22만개의 집속탄을 투하했는데 이중 1만5천개가 아직 땅속에 묻혀 있다.

지금까지 불발탄 폭발로 2백여명이 사망했다.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베트남전이 끝난 지 25년이 지났지만 라오스에는 50만t의 불발 집속탄이 묻혀 있다고 보도했다.

김준술 기자

◇ 집속탄이란=주먹만한 크기의 소형 폭탄 수백개가 들어 있는 일종의 탄통(彈筒)이다. 탄통에서 분리된 소형 폭탄을 목표 상공에서 시한장치로 폭발시키면 그 안에 든 탄두가 터지면서 수백개의 쇠 파편이 일제히 쏟아져 나와 목표물을 공격한다. 머리 위로 총알비를 내리는 셈이다.

BLU97 집속탄은 1.5㎏의 소형 폭탄이 2백2개 들어 있으며, 탄두 안에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6㎜ 크기 쇠 파편이 3백개씩 들어 있다. 인명 살상.장갑차 공격 등에 사용되며 터지지 않고 진흙 등 무른 땅에 박힐 경우 강력한 지뢰로 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