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실 '도박' 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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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5일 낮 서울 종로3가 K오락실.

입구 유리문이 검은색으로 선팅돼 안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 오락실에 50여명의 사람들이 들어차 있다.

슬롯머신.경마.포커.고스톱 등 네 종류의 도박게임기 1백여대가 설치된 이곳은 게임으로 점수를 딴 만큼 전자면도기.슬라이드운동기구 등 경품을 제공한다는 경품오락실.

슬롯머신 게임인 블랙스페셜을 40여분쯤 하던 N씨(27.회사원)가 소위 '더블 바'에 당첨됐다.

게임기에 마그네틱 카드로 1만5천점(5만원어치)을 받고 시작한 그는 점수가 1만9천5백점에 이르자 게임을 멈추고 환전을 요구했고, 업주 P씨는 그에게 플라스틱 칩 7개를 주었다. 칩은 카운터 뒤 골방에서 종업원이 환전료(1만원당 1천원)를 뗀 현금 6만3천원으로 바꿔주었다. 겉으로는 '경품제공'이지만 실제로는 현금거래가 이뤄지는 현장이다.

바로 옆에서는 20여명이 화면 속의 마권에다 최대 99배까지 베팅을 하도록 돼있는 경마게임을 하고 있다.

주인 P씨는 "경마는 액수가 훨씬 커진다"며 "1인당 10만~50만원 정도씩 베팅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종로 일대에만 수십곳이 성업 중인 경품오락실 대부분은 손님들에게 점수만큼 직접 현금으로 바꿔주거나, 장당 1만원씩 경품용으로 주는 금박 행운카드를 오락실 밖 골목에서 종업원들이 환전해준다.

게임장 가운데서 종업원들이 "朴사장님 스리 바 1만점 나왔습니다"고 크게 소리치며 분위기를 돋우고 매시간 5분마다 보너스 점수를 새로 충전해주는 '찬스타임'도 둔다.

오후 3시30분 주변의 M오락실 뒷문 밖에선 30대 회사원이 오락실에서 나와 이 업소 종업원에게 행운카드 15장을 10만원권 수표와 현금 5만원으로 바꾸고 있었다. 종업원은 "경품오락실이지만 어느 손님이 경품을 원하겠느냐"며 "현금을 걸고 게임을 하는 건 모든 오락실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부근 G오락실 업주 L씨는 "이곳 성인오락실의 권리금만 5억원에서 10억원대에 이른다"며 "최근 단속으로 서너곳이 문을 닫기도 했지만 종로3가에만 20여곳이 영업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업주는 지난 9월 게임기 승률을 기판으로 조작해 경찰의 사행행위 단속으로 문을 닫은 S오락실을 인수해 똑같은 영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 8~9월에만 등록된 게임기판을 고쳐 승률을 조작하거나 경품 대신 현금을 건넨 S오락실 등 이곳 오락실 다섯곳이 경찰에 적발됐지만 한달 만에 대부분 간판만 바꿔 불법영업을 재개했다.

L씨는 정부의 단속방침에 대해 "허가를 내줄 땐 언제고 이제와 게임기를 원래대로 바꾸라니…"라며 "가게문을 닫으라는 얘기"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효식.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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