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우리 부자는 '노래하는 환경파수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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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바닷물이 빠졌다. 갯벌탐험 나서자. 지그재그 도망가는 꽃발게야 게 섰거라."

대학교수가 초등학생 딸과 함께 '노래하는 환경파수꾼'으로 인기다.

충남 아산시의 호서대 생명공학부 이기영(李起榮.44)교수와 딸 인아(9.천안 청수초등교3년)양은 지난 6월 환경 노래 열두 곡을 모아 음반을 낸 뒤 각종 환경 행사에 단골 초청손님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음반에 담은 노래 가운데 아홉 곡은 李교수와 딸이 함께 불렀고 나머지는 같은 대학의 테너 안형렬 교수가 녹음했다.

李교수 부녀는 23일 오후 7시 천안 충남학생회관의 '푸른 소리 합창단 연주회'에서도 자작곡 '갯벌 나라'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동요풍의 이 노래는 따라 부르기가 쉽고 가사도 재미있어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환경연합 전국회원대회와 하나은행 환경포스터 경연대회에서, 8월엔 사랑의 집짓기 문화행사와 무주 반딧불이 축제에서, 9월에는 의제 21 전국대회와 오산 환경음악회에서 환경 노래를 불렀다.

李교수가 환경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환경보호 강연 때 노래를 곁들이면 청중들이 덜 지루하겠다는 생각에 고교 때부터 남몰래 쌓아온 작곡 실력을 토대로 한곡 한곡 만들어 나갔다.

"존 덴버의 '로키 마운틴 하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환경 노래가 됐습니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노래는 1백번의 강연보다 효과가 더 큽니다."

산림청이 선정한 밀레니엄 나무인 느티나무를 노래한 '천년의 나무 심자'는 李교수의 작품이다.이 노래는 1999년 12월 31일 국립극장의 새 천년 맞이 축제행사에서 선보였다. 그가 천안.아산의 진산(鎭山)을 소재로 만든 '영원한 고향-광덕산''내 고향 설화산'은 두 도시를 대표하는 노래로 자리잡았다.

전국 초등학교 환경 담당 교사들에게 음반을 무료로 나눠주는 李교수는 "인간과 자연이 상생(相生)하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041-540-5641.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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