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명성황후 평가 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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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TV드라마와 연극.출판물 등을 통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명성황후를 북한은 '수구세력의 옹호자'로 보고 있다.

역사를 계급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북한은 명성황후를 '양반과 지주세력의 대변자','외세에 의존해 정권을 유지한 사대주의자'로 묘사한다.

북한은 대표적인 역사서인 『조선전사』 등에서 명성황후를 '민비'로,민승호 등 민씨 세력을 '민가일당''민가통치집단' 등으로 각각 폄하하며 '사대 투항주의적 외세의존정책'을 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조선전사』 는 대원군을 물러나게 하고 권력을 잡은 명성황후와 민씨 세력이 권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쓴 "오랑캐로 오랑캐를 견제한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정책'이 이 땅에 열강을 불러들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한다.

최근 발간된 북한의 『조선백과대사전』은 명성황후를 서술한 대목에서 "반동적인 수구파 집단을 꾸리고 봉건양반들과 지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모든 진보적 경향을 무조건 탄압하며 인민들에 대한 가혹한 착취를 일삼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민씨 세력'이 1884년 김옥균(金玉均) 등 개화파가 일으킨 갑신정변(甲申政變)을 좌절케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개화파의 실패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북한은 갑신정변을 '진보적이며 애국적인 성격을 띤 부르주아개혁'으로 '조선 근대사에서 획기적 의의를 갖는 사변'이라고 높이 평가해왔다. 따라서 갑신정변을 좌절시키는데 작용한 명성황후와 민씨일가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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