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절박할때 한방 골잡이 '이름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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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역시 골잡이가 해결사다. 우승을 향해 한발 앞서 달리고 있는 성남 일화,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수원 삼성과 안양 LG는 지난 주말(20,21일)경기에서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 희망을 접어야 한다는 절박함은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다.이런 순간에 이들 세 팀에는 골잡이 해결사 샤샤(성남), 산드로.서정원(이상 수원), 박정환(안양)이 버티고 있었다.

◇ 성남의 샤샤

우승 고지는 눈 앞인데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그런 성남이 21일 부천 SK를 만나 하마터면 비기거나 질 뻔했다. 전반 20분까지 부천의 맹공에 혼쭐이 났다. 그러나 성남엔 샤샤가 있었고,그의 한방이 승부를 갈랐다.

그간 샤샤는 긴 침묵에 빠져 있었다.올해 정규리그 시작 한달 만에 해트트릭을 두 번(6월 24일 부천전.7월 11일 대전 시티즌전) 기록했던 그는 이후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1백여일 동안 단 한골(8월 19일 전북 현대전)만 기록했다. 방출설까지 흘러 나왔다.

그러나 샤샤는 승부사였다. 지난 21일 부천전 전반 34분 백영철의 패스에 왼발을 갖다대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뽑았다.가는 팀마다 우승해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이 붙은 샤샤에 대한 구단과 차경복 감독의 기대는 다시 부풀어 올랐다.

◇ 수원의 산드로와 서정원

역시 고비에서 빛을 발한 산드로.서정원이었다. 21일 대전 시티즌전에서 두 선수는 세 골을 합작, 팀을 승리로 이끌어 선두 성남에 바짝 따라붙었다. 서정원은 산드로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손에 맞고 튀어나오자 다시 차넣어 선제골을 뽑았다. 자신의 시즌 11호 골이었다.

이에 질세라 산드로는 팀이 1-2로 리드당하던 후반에 연속골을 터뜨려 짜릿한 역전승의 견인차가 됐고 자신은 득점 단독선두(13골)에 올라섰다.

두 선수가 올해 뽑아낸 골은 팀 전체 득점 34골 가운데 70%인 24골이나 된다. 올 초 아디다스 조별리그에 이어 아시아 클럽선수권과 슈퍼컵 우승의 주역이었던 두 선수는 내친 김에 정규리그까지 제패해 팀을 올시즌 4관왕에 올려놓겠다는 기세다.

◇ 안양의 박정환

안양은 지난 17일 우승 자축포를 준비한 성남의 발목을 잡았던 전남 드래곤스와 20일 만났다. 안양의 3-2 승리라는 점수가 말해주듯 하마터면 전남에 붙잡혀 우승 싸움에서 떨려날 뻔했다.

안양 승리의 주역은 올 시즌 후반 혜성처럼 등장해 팀의 상승세를 이끈 박정환이었다. 박정환은 전반 5분 최원권의 프리킥을 이어받아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낸데 이어 후반 7분에는 상대수비의 반칙으로 페널티킥까지 얻어냈다.

지난 8월 1일 시즌 데뷔전 직후 "남은 경기에 선발로 나오는 게 꿈"이라고 말했던 그는 이젠 안양의 우승 길목을 비추는 등대가 됐다. 만약 안양이 우승한다면 박정환이 최소 경기 출전(남은 경기 전체 출장시 16경기)으로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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