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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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칠레 산티아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BAC 기업자문위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 산티아고=최정동 기자

"집권 2기를 맞아 남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입장을 계속 갖고 가겠다는 뜻이다."

20일 칠레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전략에 대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동맹국들의 공동전선 구축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CNN은 "백악관은 이번 회담에서 북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6자회담 참가국들에 북한에 대해 '통일된 전선'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도 "부시 대통령이 대북 통일전선 구축을 시도했다"며 "그는 어떤 정상과의 회담에서 북한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약간의 '신축성'을 보일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고 사찰을 허용하기 전에 노 대통령이 북한에 더 많은 원조와 투자를 제공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아시아 동맹국들의 약속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기존 입장 재확인=발비나 황 헤리티지 재단 동북아분석관은 "부시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한번도 대북 군사행동을 고려해본 적이 없다. 이 점을 한국인은 오해하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은 평화.외교적으로 북핵 해결을 추구하되 모든 옵션을 가질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뿐이며 이번 회담 결과에 놀랄 만한 것은 전혀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상회담과 별도로 노무현 대통령의 LA 발언에서 드러난 북한에 대한 양국의 인식차는 여전히 문제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엘 위트 국제전략연구센터(CSIS)연구위원도 "회담 결과는 전혀 새로운 것이 없고 무의미(meaningless)하기까지 하다"며 "이번 회담은 양국이 1000번은 함께 말해온 레퍼토리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한국 정부와 밀접한 워싱턴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당근은 제시하지 않은 채 대화에 나올 것을 6자회담 참가국과 연합해 강력히 압박한 것"이라며 "그는 완전한 평화(0)부터 군사행동(10) 사이에 3이나 4 또는 5.5 같은 많은 해법이 있음을 한국에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대북관계에 푸른 신호등이 켜졌다든지, 개성공단 프로젝트를 좀더 자유스럽게 추구할 수 있게 됐다든지 하는 기대를 갖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라며 "미국은 한국의 진의를 궁금해 한다.

특히 노 대통령의 LA 발언과 관련해 두 정상이 어떤 얘기든 나눴거나 사전 정지작업을 통해 상호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stoncold@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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