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도 일본 공연 현지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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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이윽고 어두운 조명 뒤편에서 다이도가 걸어나왔다. 첫 곡은 '워스리스'. 무대에 오르기 전 충분히 목을 푼 듯, 마이크를 잡자마자 거침없는 보컬이 뿜어져 나왔다. 지난 18일 저녁 7시 일본 도쿄의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 제프 도쿄(Zepp Tokyo). 데뷔 앨범 '노 에인절'이 전세계에서 1천만장 넘게 판매되면서 일약 2000년대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보컬로 떠오른 다이도의 공연이 시작됐다.

'워스리스'에 이어 '마이 러버스 곤'과 '올 유 원트', 첫 싱글이었던 '히어 위드 미'에 이르기까지 자질구레한 무대 연출 하나 없이 그녀의 노래만으로 공연은 계속됐다.

그녀는 '보컬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려는 듯 했다. 공연장을 울리는 풍부한 성량과 세련된 음색을 바탕으로,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목소리만으로 듣는 이들을 압도했다.

무대는 베이스.기타.드럼.퍼커션.DJ 등 다섯명의 세션맨들만 올랐을 뿐, 흔히 보컬 가수를 따라다니는 코러스는 한명도 없었다. '내 목소리 하나면 된다'는 그 당당함은 과연 내세울 만한 것이었다.

"내 노래들은 모두 사랑과 실연 등 내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는 그녀의 설명에 이어 '마이 라이프''어니스틀리 오케이''노 에인절' 등의 노래가 이어졌다.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오히려 두터워지는 목소리에 감탄하던 객석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렇게 불러대다 공연 후반부는 어떻게 감당하려는 거지"라는 우려의 이야기들이 오고갔지만, 결국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앨범에 없는 노래인 '시 더 선'을 비롯해 '테이크 마이 핸드', 그리고 당대 최고의 랩스타 에미넴이 '스탠'에 샘플링해 더욱 유명해진 '생큐'의 빠른 버전, 요즘 미국과 영국에서 또다시 다이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세번째 싱글 '헌터'에 이르기까지 공연 후반부의 빠른 템포 노래들에서 그녀의 보컬은 오히려 더욱 빛을 발했다. 미국.영국을 비롯한 전세계 스물여섯개 나라에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한 다이도는 '장르와 국적을 불문하고 명가수의 기본은 역시 탁월한 보컬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돈트 싱크 오브 미'와 앨범에 없는 신곡인 '두 유 해브 어 리틀 타임'을 앵콜곡으로 공연은 끝났다.

'노 에인절'은 한국에서도 2만장이 넘게 팔렸는데 아쉽게도 당분간 내한 공연 계획은 없다. 이날 도쿄 공연은 전세계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두번째 앨범 제작에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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