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개보수로 새로워진 울산문예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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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16일 울산시 달동 울산시 문예회관(1천4백84석)에서 열린 울산.부산.창원.김해 시립합창단의 합동무대'가을밤에 듣는 꿈의 남성합창'(지휘 나영수).

관객들은 평소 멀게만 느껴졌던 무대가 훨씬 가깝게 다가옴을 느꼈다. 박수소리도 유난히 크게 들렸다.

지난 7~9월 3개월간의 음향 개보수 공사를 끝낸 울산문예회관이 더욱 풍부하고 명료한 소리로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9억여원의 예산을 들인 이번 공사의 핵심은 잔향시간(殘響時間.RT)을 1.03초에서 1.42초로 늘린 것. 음향반사판을 합판에서 하드우드(미국 웽어사의'디바')로 교체하면서 두께가 9㎜에서 50㎜로 늘어나 반사율도 높아졌다.

또 홈 형태의 흡음재 위주의 객석 벽체를 돌출형태의 반사재로 교체했고 바닥도 카페트를 뜯어내고 고무타일로 마감했다.

울산시(시장 심완구)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울산 현대예술관(9백62석.RT 1.5초)이 1998년 개관하면서부터.

상대적으로 울산문예회관은'나쁜 공연장'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시작했고,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장한나, 소프라노 조수미,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등 유명 연주자들도 현대예술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번 공사를 맡은 환경음향연구소 김용국 소장은"광주.전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 공연장들의 RT는 1.0초 내외"라며"음악전용홀이라면 RT를 더 늘려야 하지만 마이크.스피커도 사용하는 다목적홀임을 감안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수준인 1.42초로 정했다"고 밝혔다.

공연장르에 따라 최적 RT는 연극이 1.2초,오페라는 1.5초, 오케스트라가 2.0초다. 국내 공연장 중에는 세종문화회관이 1.3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2.0초다.

개관한 지 6년밖에 안된 데다 지금까지 지방 문예회관에서 음향 개보수 공사를 벌인 전례가 없어 반발도 적잖았다.

하지만 울산문예회관은 지난 6년간 공연실적을 분석, 클래식 음악이 공연 장르의 54.6%를 차지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울산시와 시의회의 과감한 투자가, 객석수와 겉모양에만 연연할 뿐 정작 공연의 질에는 소홀해온 다른 지방 문예회관에 어떤 파급효과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울산=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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