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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연장 13회 끈기가 가른 승부, 휘문고 대통령배 품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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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예측불허의 드라마, 연장 13회 역전승, 그리고 투혼과 감동…. 고교야구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명승부였다.

서울의 야구 명문 휘문고가 14년 만에 대통령배를 품에 안았다. 휘문고는 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스포츠토토 협찬) 결승전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리던 덕수고에 6-4로 승리했다. 대통령배에서는 1996년 이후 14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전국대회에서는 2001년 황금사자기 이후 9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우승이 확정되자 휘문고 선수들이 서로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변선구·김성룡 기자]

◆연장 13회 천금 결승점=승부는 3시간54분의 접전 끝에 갈렸다. 휘문고는 4-4로 맞선 연장 13회 초 1사 2루 기회에서 최윤혁이 좌익수 쪽으로 2루타를 날려 결승점을 얻었다. 2사 후에는 강양규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 쐐기 점수를 뽑았다.

휘문고는 패색이 짙던 9회 초 2사 후 극적인 동점에 성공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3-4로 뒤진 9회 2사 2루에서 대타 조정찬의 내야 안타 때 덕수고 2루수 임신호의 1루 악송구를 틈타 2루 주자 최윤혁이 홈을 밟았다. 구원투수로 나선 양팀 에이스 임찬규(휘문고)와 김진영(덕수고)은 각각 120개와 155개의 공을 던지며 역투했으나 승리와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는 임찬규에게 돌아갔다.

◆다크호스에서 챔피언으로=당초 이번 대회에서 휘문고는 다크호스로 분류됐고, 우승후보로는 덕수고와 광주일고가 꼽혔다. 그러나 휘문고는 8강전에서 연장 11회 광주일고 에이스 유창식을 무너뜨리며 8-3으로 승리한 데 이어 결승에서 덕수고를 꺾고 고교 야구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말 부임한 전형도(39) 휘문고 감독은 경기 뒤 “실감이 안 난다. 두 차례 연장 승부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휘문고-단국대를 나와 프로야구 두산에서 내야수로 뛴 전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고교 시절은 대학과 프로로 가는 중간단계일 뿐이므로 야구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고 지도관을 밝혔다.

우승을 놓친 덕수고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허탈해하는 모습.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3루수 길민세는 연장 13회 초 불규칙 바운드된 공에 맞아 다치고도 경기에 나서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결국 팀이 패하자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 [변선구·김성룡 기자]

◆덕수고의 투혼과 눈물=덕수고도 막판까지 투혼을 발휘하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1970~72년 경북고에 이어 대회 사상 두 번째 3연패에 도전한 덕수고는 9회 초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9회 말 1사 만루 끝내기 찬스에서 임신호의 스퀴즈 번트가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히며 3루 주자까지 아웃됐다.

특히 이번 대회 타격·안타 2관왕에 오른 덕수고 3루수 길민세(2년)는 13회 초 최윤혁의 땅볼이 불규칙하게 튀어오르면서 오른쪽 귀를 맞아 피를 흘렸다. 하지만 응급조치 뒤 머리에 붕대를 감고 경기에 계속 나서는 투지를 보여줬다.

눈물을 흘리며 수비를 본 길민세는 “(김)진영이 형이 열심히 던졌는데 도와주지 못해 속상해 울었다. 말 공격에서 타석이 돌아올 수도 있어 계속 뛰었다”고 말했다. 정윤진 덕수고 감독도 경기 뒤 눈물을 보이며 “깨끗하게 졌다. 다시 준비해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글=신화섭 기자
사진=변선구·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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