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효과 … 공모주 ‘큰 장’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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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번 삼성생명 공모에 1억원의 증거금을 넣은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주식은 평균 45주다. 495만원어치다. 남는 돈은 7일 환급받는다. 이런 식으로 전체 공모 청약에 몰린 돈 약 20조원 중 19조원은 결국 투자자에게 되돌아간다. 이 대규모 환급금의 행로가 요즘 금융가의 최대 관심이다. 일단 대부분은 은행 예금과 단기 상품 등 다시 있던 자리로 ‘원대 복귀’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큰 불길이 한번 지나가면 곳곳에 잔불이 남는 법이다. 돌아서는 투자자의 발길을 잡을 유력한 후보는 삼성생명 이후로도 줄줄이 대기한 공모주 청약이다. 현대증권 오온수 연구원은 “올해 공모 시장은 규모가 크고, 기업공개에 나서는 우량기업도 많은 게 특징”이라면서 “우선 공모 시장이 ‘잔류 자금’의 1차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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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자금은 ‘금리+알파’ 수준의 수익을 노린다. 예금 금리로는 성에 차지 않고, 그렇다고 주식투자의 위험은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한다. 돈의 흐름도 위험의 크기에 따라 ‘예금→채권→기업공개(IPO) 공모→주식’ 순으로 흘러간다. 이미 은행 금리는 바닥권이다. 그렇다 보니 예금보다 조금 높은 연 4.5%짜리 금리의 주택청약 종합저축에 돈이 몰린다. 삼성생명 공모를 계기로 최근 돈은 예금과 채권을 거쳐 한 발짝 더 위험과 수익률 기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조짐이다. 문제는 그런 기대치를 만족시켜 줄 상품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오 연구원은 “채권 펀드보다 위험도가 좀 높은 하이일드 채권 펀드와 공모주 펀드 등으로 최근 돈이 몰리는 것도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도 당장 증시로 들어가기보다는 공모주와 같은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 IPO 시장은 10조원 규모를 훌쩍 넘어서는 ‘큰 장’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생보사의 경우 대한생명·삼성생명에 이어 미래에셋생명도 연내 상장이 예상된다. 당장 이달에도 공모 청약이 줄줄이 이어진다. 우선 10~11일에는 신한 제1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가 375억원 규모의 공모 청약에 나선다. 지난달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사전 수요예측에서 신한 스팩은 경쟁률이 12대 1을 넘어섰고, 공모가도 희망 범위의 상단인 5000원으로 결정됐다. 이어 11~12일 청약이 예정된 만도도 눈길을 끈다. 현대차그룹과 GM이 주거래처인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공모 금액이 5000억원 내외로 비교적 크다. 이외에도 ▶모바일리더(13~14일) ▶인피니트헬스케어(17~18일) ▶환영철강공업·투비소프트(24~25일) ▶실리콘웍스(26~27일) ▶솔라시아(28~31일) 등이 이달 릴레이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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