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 용도 변경 제안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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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분당 백궁.정자지구의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 한국토지공사가 성남시에 두번이나 용도변경을 제안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당신도시를 계획도시로 설계했던 토공이 스스로의 원칙을 허물면서까지 용도변경을 추진한 것은 공영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떳떳지 못할 뿐 아니라 '문제의 원인제공자'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토공이 업무.상업용지였던 백궁.정자지구를 사실상 일반 아파트단지나 다름없는 주상복합 아파트 용지로 변경하도록 성남시를 부추긴 것은 땅을 쉽게 팔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에 1차로 용도변경을 제안했던 1998년 10월 당시 백궁.정자지구 전체 14만평은 매각률이 10%를 넘지 않았다. IMF사태의 여파로 전국의 토지 매각이 극히 부진,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었다. 게다가 95년부터 추진해온 죽전.동백.신봉지구 등 용인지역 택지개발지구의 토지보상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처지였다.

결국 이른 시일 안에 땅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백궁.정자지구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최상책이라고 판단, 성남시에 거듭 용도변경을 건의했던 것이다.

토공의 예상은 적중해 용도변경 후 이 땅들은 입찰을 통해 감정가보다 최고 두배 가량 높은 가격에 팔려나갔다. 또 토공은 용도변경한 8만6천평에 대해 7백42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용도변경 전에 8만6천평의 감정가는 1천9백46억원이었으나 변경 후 입찰 등을 통해 2천6백88억원에 팔았다.

이에 대해 토공측은 도로 등 기반시설 투자비 3백14억원과 학교용지 전환 손실분 2백65억원을 빼면 실제로 1백63억원밖에 남기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궁.정자지구 전체 부지 14만평 중 업무.상업용지로 남아 있던 인근 땅 5만4천여평도 동반 상승 효과를 거둬 거의 다 팔린 점을 감안하면 2천억~3천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용도변경으로 성남시도 엄청난 이득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6천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면 1천5백억원이 넘는 등록세와 취득세가 걷히는데다 연간 40억원의 재산세.종토세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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