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암살테러'로 짙은 전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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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산하 과격단체의 이스라엘 각료 암살 사건이 미국 '9.11 테러' 이후 한동안 소강국면을 보였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결 국면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중동사태의 이후 향방은 물론 미국의 대 테러전쟁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다.

◇ 이스라엘, 최후 통첩=이스라엘은 18일 특별안보각료회의를 마친 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레하밤 지비 이스라엘 관광장관 암살범들을 인도할 것을 요구하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가혹한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최후 통첩했다.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요구를 일축했다.

아리엘 샤론 총리는 아라파트 수반에게 과격 전사들을 색출하는데 1주일의 시한을 줬으며, 그 이후에는 아라파트에 대한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간 마리브가 보도했다.

온건파인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아라파트와의 통화에서 "암살사건을 저지른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을 해체하지 않으면 중동에 불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이스라엘 탱크부대가 팔레스타인 관할구역인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시에 대 전차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진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여학생 등 팔레스타인인 3명이 희생됐다. 이스라엘은 또 암살 사건의 보복 차원에서 아라파트가 이용해 온 가자지구의 다하니야 공항을 잠정 폐쇄했다.

◇ 궁지에 몰린 아라파트=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번 암살에 대해 비난하면서도 이스라엘이 평화협정을 무산시키기 위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암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아라파트의 고위 측근인 나빌 아부 루데이나는 18일 "팔레스타인 당국은 아라파트 수반과 팔레스타인의 고위 관리들을 암살하려는 이스라엘측의 계획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보안당국은 또 PFLP의 알리 자라다트 대변인을 체포하는 등 암살 사건 관련자에 대한 신병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PFLP측은 "이번 암살은 시작일 뿐"이라고 밝혀 추가 암살도 암시했다.

아라파트로서는 이번 암살사건을 주도한 PFLP가 하마스나 이슬람 지하드와 달리 자신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산하 단체란 점에서 몹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따라서 아라파트로서는 최근 미국과 영국 등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 지지 발언에 고무돼 있는 상항이라 자신의 노선에 반대하는 강경세력의 돌출행동으로 판을 깨는 선택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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