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상대방 총재에 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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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과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의원이 18일 '디지털 사상계'(http://www.sasan gge.com)기고를 통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김대중 대통령에게 각각 쓴소리를 했다.

朴최고위원은 "李총재는 '정부 흔들기'가 아닌 '선진국 만들기'로 경쟁하라"고 주문했고, 金의원은 "金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당적을 버리고 사심없이 국정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지.

▶박상천=이 시대의 정치목표는 경제도약과 선진국 만들기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반과 차기대통령 임기 5년간에 선진국 진입 여부가 결정된다. 정치권이 이런 책무에 실패한다면,1백년 전의 조선조 지도층처럼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경제난국에 사회혼란까지 겹친 현 상황은 정치불안 때문이다. 야당은 총리인준안을 무려 6개월간 처리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것을 시작으로, 3년 반 동안 26회의 장관(국무위원)해임안.탄핵소추안.내각사퇴결의안 등을 냈다. 이래서는 소신행정이 어렵다.

李총재와 야당은 낡은 정치의 틀을 깨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차기 집권을 위한 정부 흔들기'는 경제 재도약과 선진국 진입의 기반을 파괴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내년 대선에서 '제3후보'를 찍겠다는 국민이 17.5%에 이르렀음을 주목하라.

▶김덕룡=정파는 달랐지만 훌륭한 대통령이 되시리라 믿었고 바랐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극복과 6.15 남북 공동선언 두 가지는 누가 뭐래도 대통령의 업적이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과오도 적지 않았다. 대통령에겐 역사적 책임과 시대적 소명이 있다. 국민의 정부에는 국민 내부의 화해와 통합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4년 동안 지역갈등과 위화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개혁은 국회의원의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당위와 대통령과 정부의 도덕성으로 하는 것이다.'이용호 게이트'앞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이미 개혁을 말할 도덕적 힘이 없다. 대통령이 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사심없이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청산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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