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울산대, "순수 아마팀이 더 겁나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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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남들은 잘 뽑았다는데 난 죽을 맛이네."

FA(축구협회)컵 조 추첨이 있었던 지난 17일 포항 스틸러스와 부산 아이콘스의 경기 중계방송 해설차 포항 전용구장을 찾은 울산대 이상철 감독(사진)은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대회 예상평을 묻자 곤혹스러운 표정부터 지었다.

울산대의 1차전 상대는 포항시청클럽으로 FA컵에 참가한 7개 순수 아마추어팀 가운데 유일하게 2회전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1950년대 출생 선수를 보유한 노장팀 포항시청클럽은 1회전에서 한성대와 용인대를 연달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대학 킬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더구나 이감독이 이끄는 울산대는 대학에서도 이름난 강팀이기에 순수 아마추어팀인 포항시청클럽에 이겨야 '본전'이고 만의 하나라도 지는 날에는 축구판의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것.

그런 이감독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만나는 사람들은 이감독에게 "아마팀을 만났으니 승리는 예약해놓았네"라고 말하면서도 은근히 포항시청클럽의 선전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던 중 포항시청클럽의 노장 스트라이커(□) 유순열 포항구단 선수지원과장과 이감독이 마주쳤다. 축구선수 출신인 유과장은 비록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76학번인 이감독의 1년 후배다.

유과장은 "저희 팀이 만만찮습니다. 지난번에 봤죠"라며 은근히 반응을 떠보자 이감독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피했다.

유과장이 자리를 뜬 뒤 이감독은 "지난번 1회전에서도 순수 아마팀인 광주축구클럽을 만나 두 골을 내준 끝에 4-2로 간신히 이겼는데…. 처음부터 프로팀이나 만나면 져도 모양새가 나지 이건 또 아마팀이 걸려 잘못하면 스타일 구기겠네"라며 혀를 찼다.

두 팀의 경기는 오는 30일 남해공설운동장에서 벌어지며 승자는 안양 LG와 8강 진출을 다투게 된다.

포항=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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