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의 소리] 수형자 권리보호 제대로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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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죄를 지어 확정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구금돼 있는 수형자는 일반인과 비교해 볼 때 법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가형벌권이라는 말이 있다. 죄 지은 자에 대한 형벌권의 행사는 국가의 권리라는 뜻이다. 따라서 국가와 수형자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옛날에는 수형자를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하는 기본권이라도 무시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제한도 반드시 법률에 따를 필요가 없으며 수형자에 대한 권리침해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다.

수형자도 형벌로써 자유를 박탈 당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일반인과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주체로서 인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전반에 걸쳐 인정되고 있는 법치주의의 이념에 따른 것이다. 수형자에 대한 기본권의 보장, 형집행의 법률적합성, 사법적 권리보장 등은 행형과 관련한 법치주의 요소들이다.

수형자를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 인정한다면 그 권리와 의무는 어느 정도일까. 첫째로 수형자의 법적 지위와 처우가 헌법이 정한 기본권의 내용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둘째,수형자에 대한 권리제한도 헌법과 개별 법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다만 수형자라는 특수한 신분에 따라 기본권 제한이 인정된 범위 내에서는 일반인보다 강화된 명령-복종의 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수형자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수형자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를 가다듬어야 한다.

예컨대 사상.양심의 자유,종교의 자유 등은 절대적 기본권으로 어떤 법률로써도 박탈이나 제한할 수 없는 권리일 것이다. 그리고 외부와의 교통권 등을 제한하더라도 그것은 반드시 명확한 법률적 근거에 따라야 한다.

나아가 법률의 근거에 따라 제한되고 있는 것도 '처우의 사회화'라는 측면에서 제한을 완화해야 할 것들이 있다. 두발이라든가 운동.흡연의 허용,개인 물품을 지니는 것 등에 대해 지금처럼 엄격히 제한해야 하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교정시설에서 수형자가 자신에게 인정된 권리에 부당한 침해를 받았다고 생각할 때에 현행법의 틀 내에서는 권리침해에 대한 구제수단으로 순회점검.청원제도와 소장의 면회제도를 비롯한 행정심판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는 실질적인 구속력을 지니지 못한다. 더욱이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행정기관이 그 구제를 담당한다는 것은 모순이 있다. 그러므로 권리구제수단이 실질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생각의 틀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실질적인 수형자의 권리보호는 사법적 구제제도를 통해 확고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행형소송이나 헌법소원 등의 사법적 권리구제 수단은 수형자 여건상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따라서 행형법을 어긴 처분에 대해서는 수형자가 사법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두루뭉실한 일반 행정소송 형태보다는 수형자가 독자적으로 행형소송을 할 수 있어야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평한 처우를 보장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장규원(원광대교수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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