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천안함’ 후속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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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4일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군사적 위협의 우선순위와 군사력 건설 방향을 전면 재조정했다. 그동안의 전면전·잠재적 위협 위주의 정보 평가와 군사력 건설을 침투·국지도발 위협을 우선하는 쪽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전면전·잠재적 위협 대처를 후순위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우리 군의 안보태세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의 목표였던 ‘21세기 육군, 대양해군, 항공우주군’ 등이 북한의 위협 대처를 우선하는 쪽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미래 위협 대비 전력보다는 당장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실전적 전력을 먼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군 당국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대비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이 전면전보다는 특수부대를 활용한 침투 및 국지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은 과거 5∼7일 이내에 남한을 점령하는 전면적 전쟁계획을 서울 및 수도권을 먼저 점령한 뒤 협상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최근 기계화부대를 전진 배치하고 경보병사단 등 특수부대를 증강시켰다. 특수부대는 최근 몇 년 새 10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늘렸다. 북한의 핵 및 화생무기(WMD)와 장사정포, 사이버 전력도 세계적 수준이다. 이런 비대칭 전력은 통상적인 보병·기갑·포병 전력으로는 대비가 어렵다.

군 당국은 이번 사태로 드러난 북한의 수중무기에 대한 대비도 강화할 계획이다. 천안함과 같은 급인 초계함의 잠수함 탐지 및 어뢰 대항능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초계함은 30년 전에 설계된 전투함이어서 대잠 능력이 취약하다. 더구나 수심이 얕고 조류가 빠른 백령도 등 접적 해역에서는 적 잠수함을 탐지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해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적 잠수함이 어뢰로 공격해도 초계함이 거의 인지를 못해 피격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백령도 근해와 같은 접적 해역의 해저에 북한 잠수함을 감시하는 수단을 설치할 방침이다. 북한 잠수함(정)이 백령도 근해로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북한 잠수함(정)에 대한 한·미군 간 훈련도 더 강화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번 사태로 취약점이 발견된 우리 군의 무기체계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올해 안에 보완할 계획이다. 상황 보고 및 전파체계와 위기관리체제도 강화된다. 특히 서북 지역에서 북한 도발 행태를 고려해 새로운 대비 개념을 세우고 경비전력은 통합해 운영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 밖에 전군을 대상으로 특별 정신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군 핵심 간부들의 위기의식과 북한 군사위협에 대한 둔감으로 매너리즘이 팽배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교육훈련도 핵심 전투기술 습득 위주로 바뀐다. 신병 훈련의 강도를 높이고, 교육기간도 연장할 방침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김태영 국방장관 보고 요지

▶ 천안함 침몰은 영해 수호를 위해 작전 중이던 우리 해군 함정이 적대세력의 기습공격을 받은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한 사태. 우리 영해를 불법으로 침범해 무력 공격한 명백한 침략행위며 테러행위

▶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은 3월 26일을 ‘국군 치욕의 날’로 인식, 이를 통렬히 반성

▶ 상황 보고 지연, 보고 내용 부정확, 초동조치 미흡

▶ 전면전 대비에 치중, 침투 도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 대형화·첨단화 선호, 남북 대치상황에 맞는 실용적 전력 확보 경시

▶ 남북 분단 대치의 장기화로 ‘항재(恒在) 전장 의식’ 이완. 적 능력 및 한계에 대한 고정관념과 우리 첨단무기 과신, 상상을 초월한 적의 수단·방법 운용에 취약

▶ ‘21세기 육군, 대양해군, 항공우주군’ 등 선언적 구호에 집착

▶ 위협 우선순위를 재평가, 군사력 건설계획 조정 ①침투·국지도발 위협 ②전면적 위협 ③잠재적 위협

▶ 현재 운용 중인 전력의 취약 분야 우선 보강. 초계함의 적 잠수함 탐지 및 어뢰 대항능력 개선. 접적 해역 해저에 적 잠수함 감시수단 배치

▶ WMD(핵·미사일·화생무기), 장사정 포병, 특작부대 등 북한의 비대칭 위협 대비 전력 조기 확보

▶ 군 핵심 간부들의 위기의식과 북한 위협에 대한 둔감으로 매너리즘 형성

▶ 실전적 교육훈련을 모든 부대 활동에 최우선. 간부 교육은 현장 전투력 발휘에 중점을 두고 개편. 신병훈련은 강도를 높이고 교육기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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