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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왜 화장을 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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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예쁘다’라는 것이 우리들이 가진 여성의 통상적 이미지다. 반드시 그렇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여자는 남자에 비해 체구가 작고, 가냘프며 부드럽고 고운 피부와 꾀꼬리 같은 높은 톤의 목소리를 가졌다.

곽대희의 性칼럼

여성은 그런 작은 뼈대와 호리호리한 체격이라야 남성들로부터 보호본능을 유발하고 남편감을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수놈은 외적을 물리치고 후손을 보호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도록 우람한 체구와 더불어 강력한 뿔이나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아프리카 ‘초원의 신사’라는 별명을 가진 ‘안테로프’라는 사슴과 동물의 수놈은, 우아하게 나선상으로 생긴 뿔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듯한 근육형 다리가 마치 미스터코리아 선발 장소에 나온 선수를 연상케 한다.

또 아름다운 미우(尾羽)를 넓게 펼치고 미색을 자랑하는 수놈 공작은 금속성 푸른색(metallic blue)의 눈 모양 무늬가 참으로 아름답다. 이처럼 수놈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암놈보다 ‘크고’ ‘아름답고’ ‘화려하다’는 3요소다. 반면 암놈들은 자그마하고 수수하게 생겼다.

이처럼 암수 간에 존재하는 외견상 차이를 ‘성적 이형(性的二型)’이라고 부르고 진화의 결과라고 찰스 다윈은 설명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인간의 여자는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인데, 어째서 동물은 수수한 암놈의 생김새에 비해 수놈이 아름답고 화려한 미색(?)을 뽐내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찰스 다윈은 저서 『종의기원』에서 현존하는 생물이 어떤 과정을 밟아 오늘날의 형태로 출현하게 되었는가를 그의 진화이론으로 흥미롭게 설명했다. 누구나 알다시피 자연계의 동물은 어른으로 성숙되기 이전에 대부분 죽고 만다. 유한한 자원을 차지하려고 서로 다투다가 패퇴한 것인데, 지구상의 서식하는 모든 생물은 주변 환경이나 경쟁관계의 양상에 의해 생존이냐 퇴출이냐 여부가 판가름난다.

그 상황이 생존에 유리한 생물은 살아남고, 불리하면 천적의 먹이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자연도태에 의한 적응’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일보 더 전진한 것이 ‘성의 도태’라는 선별과정인데, 이것이 우람하고 아름다운 수놈을 탄생시켰다.

그러면 생물의 성(性)이 어떤 방법으로 개체를 도태시키는가를 알아보기로 한다. 생물은 환경이 제공하는 다양한 압력을 이겨내고, 목숨을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체절명의 명제 속에서 살고 있다. 생식을 달성시켜 줄 배우자의 발견이 종족 번식의 주요 요건이다. 어렵게 배우자를 찾아냈다 하더라도 다른 수놈들과 다투지 않고 경쟁 없이 수정을 달성할 수는 없게 되어 있다.

그 암놈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암컷을 유혹하는 데 유리한 형태로 진화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곧 ‘성의 도태’다. 암놈의 시선을 끌어낸다는 수놈이 가진 특성 발전의 사례로 흔히 드는 사례가 수놈 공작의 아름답고 우아한 꼬리깃털(尾羽)이다.

초식동물인 사슴이나 물소가 다른 동물을 살상할 목적으로 뿔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늘가재의 예리하게 생긴 가위손도 나무 잎사귀를 자르려고 가지고 다니는 소도구가 아니다. 그것들은 단지 배우자 획득을 둘러싼 수놈 사이의 경쟁에서 이용할 공포 분위기 조성용 도구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인간의 여성이 아름답게 메이크업하는 것도 배우자를 잘 선택하려는 조바심에서 생긴 타인의 시선 집중용 간판 같은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가 좋아하는 남성과의 결혼에 성공적으로 골인한다는 믿음에서 생긴 발상의 행동화라고 말할 수 있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9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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