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 테러·반미 감정등 미국 '3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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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對)테러전쟁을 시작한 미국인들은 '정의'의 전쟁이라는 명분, 화려한 전과, 전례 없는 국제연대에도 불구하고 삼중고(三重苦)의 현실에 괴로워하고 있다.

◇ 제1고(苦), 탄저균 테러=미국인 대부분은 이미 제2테러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탄저균을 보유할 수 있는 테러그룹' 소행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안심하라지만 국민들은 불안해 한다.백신은 못 구하고 가스 마스크도 품절이다. 그래서 항생제 사재기에 몰린다.

또 자살폭탄도 경계하고 있다. 방송엔 이슬람 테러리스트 30여명이 폭탄조끼를 입고 자살테러 결의식을 하는 장면이 반복해 등장한다.

◇ 제2고(苦), 미국 증오=미국은 이번에 주류(主流)아랍과는 눈에 띄는 유대를 형성했음에도 극렬아랍권의 반미감정이 거세지자 걱정하고 있다.

미국이 가장 놀라는 것은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 인도네시아 국민의 반응이다.

일간 메디아 인도네시아가 전국 2천4백명에게 실시한 전화조사 결과 50%가 빈 라덴을 정의의 전사라고 답했다.

테러범이라는 응답은 35%에 불과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예상밖"이란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신도 수백명이 살해되고 파키스탄에도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유혈 반미시위는 미국의 대 아랍전략에 제약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제3고(苦),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아프가니스탄의 여러 조건도 골칫덩어리다.군사적으로는 빈 라덴 추적.탈레반 전사들의 전의(戰意).다가오는 혹한 등이, 정치.외교적으로는 민간인 오폭.수백만명의 기아 발생에 대한 미국의 책임주장 등이 대처해야 할 과제다. 특히 위기에 처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7백만명이라는 국제기구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공습으로 구호활동이 중단되고 있는 것이 고민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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