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리수 거듭하는 증시부양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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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증시 부양을 염두에 둔 정부의 무리수가 잦아지고 있다. 증권안정기금 조성방안에서부터 근자엔 주식투자를 하면 손실을 세금에서 보전해주겠다는 신상품 발상까지 시장의 안정을 해칠 정책들이 여과없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불안에다 맥을 못추는 증시를 쳐다보는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거듭된 무리수로 증시정책 자체가 신뢰를 잃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기 주식투자 신상품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 과정은 증시를 보는 정부의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상품은 여야가 어제 투자액에 대해 가입 첫해엔 5.5%, 2년째는 7.7%의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결론을 내렸지만 당초는 투자손실까지 세금에서 보전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증시 유인에 급급해 선진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를 만들려다가 여론에 부닥쳐 접은 것이다. 그러나 이 상품은 1천만 근로자의 46%가 면세점 이하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저소득층엔 여전히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형평성 문제가 없지 않다.

여기에 벤처투자 손실보전제와 증권안정기금 조성방안도 확정되진 않았으나 만약 시행될 경우 부작용이 많다는 점은 구태여 지적이 필요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미 테러사건 이후 1주식1통장갖기 운동의 연장선에서 대형 증권사들이 개발한 주식갖기운동펀드는 판매실적이 부진, 이미 실패한 펀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식투자는 원칙적으로 자기책임 하에 하는 것이다.정부가 이렇게 인위적으로 떠받치기 정책에 골몰한다면 증시는 오히려 왜곡되고 자생능력을 훼손당하기 쉽다. 내년 선거를 의식해 무리수를 둔다는 의혹만 커지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이제라도 주가조작 등 불공정 증시환경을 정비해 건전한 증시 운영에 힘쓰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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