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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면적 급증 배-사과 가격 역전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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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부 崔모(38·광주시 봉선동)씨는 추석 직후 멀쩡한 배 두 상자를 짜 즙을 냈다.

선물로 배가 다섯 상자나 들어와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다시 선물하고도 남아 상하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반면 선물로 자주 받던 사과는 한 상자도 없었다.

값이 비싸 몇개만 사다 차례를 지냈다.

배가 사과보다 월등히 비싸던 현상이 뒤집어졌다.배는 재배면적이 급증한 데다 풍작을 이루고 사과는 재배면적 감소에 흉작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14일 서울시 농수산물도매공사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가락시장의 배 경락가격(신고 15㎏ 상품) 일별 평균가격은 1만9천∼2만5천원이다.올해처럼 추석이 늦었던 1998년 이맘때와 비교해 6천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사과는 평균 경락가격(후지 15㎏ 상품)이 2만8천5백∼3만4천5백원으로 배보다 훨씬 높다.

98년 사과 값에 비해서는 5천원 가량 높은 가격이다.

원인은 우선 배 재배면적이 94년 1만2천6백여㏊에서 올해 2만5천5백㏊로 두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또 태풍이 불지 않아 낙과 피해가 없고 비 오는 날이 적어 대풍작을 이뤘다.집산지인 전남 나주지역의 경우 지난해 5만5천여t이던 수확량이 올해 6만5천여t으로 늘었다.

나주시 봉황면에 배밭 6천여평을 가진 배상호(51)씨는 지난해보다 20% 많은 3천여상자를 수확했다.

하지만 총수입은 배값 하락으로 지난해 1억3천여만원에서 올해 9천여만원으로 오히려 30% 가량 감소했다.

이와 달리 사과 재배면적은 94년 5만2천여㏊나 됐지만 올해는 2만6천2백㏊로 절반이나 줄었다.경북·충북 등 주산지에서 이번 수확 사과의 꽃눈이 형성되는 시기였던 지난해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지난 겨울 강추위 피해까지 입어 작황이 좋지 않았다.

14일 충북 사과 원협에 따르면 충북지역의 올 사과 생산량이 6만2천여t으로 지난해보다 5% 정도 감소했다.

농림부 과수화훼과 김석호 사무관은 “무엇보다 재배면적이 배는 급증하고 사과는 격감하면서 배는 흔해지고 사과는 귀해졌다”며 “배는 아직 수확을 시작하지 않은 어린 나무들이 많아 해가 갈수록 배가 더 흔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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