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이의수 생애 첫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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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마라토너 이봉주의 고향인 천안에서 열린 체전 마라톤의 '봉달이 코스'는 평이할 것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과는 달리 난코스였다.

이의수(30.충남.국민체육진흥공단.사진)가 14일 열린 제82회 전국체육대회 남자마라톤에서 2시간19분37초로 우승했다. 좋지 않은 기록이다. 한국 최고 기록(이봉주의 2시간7분20초)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

그러나 1996년 마라톤에 입문한 이의수로서는 처음 맛보는 우승의 기쁨이었다. 더구나 '영웅을 배신했다'는 주위의 비난을 받으며 뛰어 1위를 차지했기에 환희는 한층 컸다.

진흥공단 마라톤팀의 창단 멤버로 플레잉코치였던 이의수는 지난달 22일 '몬주익 영웅' 황영조 감독의 전횡에 반기를 들고 후배 3명과 함께 팀을 이탈했다.

그때부터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이해보다는 "마라톤의 명예를 손상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의수는 명예회복을 하고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선 경기에서 승리하는 길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마라토너 출신의 아내 방선희씨가 모아준 3백만원으로 공주에 하루 3만원짜리 여관방 2개를 얻어 4천원짜리 찌개로 끼니를 때우며 후배들과 거리를 달렸다.이선수는 "우선 전국체전에 출전, 누구든 한 명은 꼭 우승하자"고 후배들을 다그쳤다. 이날 이선수가 결승 테이프를 끊자 이같은 사연을 아는 가족과 선.후배들은 눈물을 터뜨렸다.

이선수는 "후배들과 함께 다른 팀에서 새 출발하고 싶다. 충남육상연맹으로부터 받게 될 우승 포상금 2천만원으로 고생한 후배들에게 맛있는 것을 많이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선수는 "(황감독이) 더 이상 좋지 않은 일로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의 영웅으로 계속 남아있으면 바람직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직 감정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천안=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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