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대량으로 주식 팔고, 선물 사…지수 반등 걸림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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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프로그램 매매에서 주식을 많이 내다파는 대신 선물을 주로 사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물가격이 워낙 저평가돼 있어 기관들은 선물을 선호한다"면서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테러 사태 이후 주식을 사고 선물을 파는 매수 차익거래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반면 주식을 팔고 선물을 사는 매도 차익거래는 급증하고 있다.

삼성증권 김도현 수석연구원은 "매도 차익거래를 하더라도 만기에는 결국 현물을 되사야 하므로 장기적으로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최근처럼 급증세가 이어질 경우 기관 매물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로그램매매란 가격과 수량 등의 매매 조건을 미리 입력해 컴퓨터가 자동으로 매수.매도 주문을 내는 것으로, 기관이 선물과 관련된 거래에 주로 사용한다.

◇ 11개월만에 매수차익거래 추월=지난 12일 투신권을 포함한 기관은 대규모 매도차익거래에 나서며 4백2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들은 11일(37억원)과 10일(3백1억원)에도 매도차익거래에 치중했다.

이에 따라 12일 현재 차익거래 잔고는 매도가 1천4백42억원, 매수가 9백41억원으로 지난해 11월 하순 이후 처음으로 매도 우위를 보였다. 매도차익거래 잔고는 올 들어 줄곧 1백억원대에 머물러오다 최근 들어 급증, 대우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1999년 7~8월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매수차익거래는 올 평균 3천억원 수준에서 지난달 12일 2천7백55억원, 지난달 28일 9백47억원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 선물 저평가가 원인=기관들이 매도차익거래를 확대하는 것은 최근 선물 저평가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200 선물은 지난 12일 62.80으로 끝나 미국 테러 사태 직전인 지난달 11일 이후 5.42% 하락했다. 이에 비해 종합주가지수는 이 기간 중 540.57에서 516.40으로 4.47% 내려 하락폭이 선물보다 1%포인트 가량 작았다.

이에 따라 최근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베이시스(basis)가 평소의 두배 수준(0.5~1)에서 형성되고 있다.

시장에 내다 팔 주식을 빌리기 쉬워진 것도 매도차익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동양증권 전균 연구위원은 "매도차익거래가 많지 않았던 것은 팔 주식을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연기금과 보험사 등에서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는 경우가 늘었고 신용도가 높은 외국계 기관이 특히 이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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