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컴포트 슈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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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컴포트 슈즈를 신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건강과 스타일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였다. 최근 걷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좀 더 편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슈즈들이 속속 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컴포트 슈즈가 ‘아줌마 신발’에서 ‘패션 슈즈’로 진화하고 있다.

디자인과 편안함 모두 만족, 코르크 샌들

“나이가 들면서 발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해요. 그렇다고 단화만 신고 다닐 수도 없고….발이 편하면서 스타일도 살아있는 신발을 찾기가 쉽지 않네요.”

최근 하이힐 때문에 발 건강에 문제가 생긴 주부 최선예(36)씨의 얘기다. 운동화나 단화 스타일의 컴포트 슈즈를 애용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스타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굽이 있는 신발을 보다 편안하게 신을 수는 없을까. 독일 패션 컴포트 슈즈 브랜드 ‘가버’가 ‘코르크 샌들’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가버의 올해 봄·여름 신제품인 코르크 샌들은 최근 패션업계의 화두이기도 한 ‘내추럴리즘’을 바탕으로 한다. 친환경 소재인 코르크를 이용한 데다, 스타일을 고려한 적당한 굽높이 덕분에 여성들의 호응이 높다. 한짝 무게가 200g 밖에 되지 않아 오래 걸어도 발에 무리가 없다. 실제로 코르크 굽의 웨지뮬은 독일 전역에서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가버 매니어인 직장인 김영은(34)씨는 “디자인도 세련되고 오래 서 있어도 편안해서 코르크 샌들을 즐겨 신는다”며 “코르크 밑창은 가벼운 데다 쿠션 역할도 해서 오래 걸어도 덜 피곤하다”고 덧붙였다.

오래 서서 일하는 직종의 사람들은 신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기내에서 장시간 서비스를 해야 하는 승무원들에게 편안한 신발은 필수 품목이다. 가버 슈즈는 ‘스튜어디스 신발’이라는 별명이 있다. 루프트한자· 핀에어·체코항공·발틱항공 등 글로벌 유럽 항공사의 승무원 공식 슈즈로 채택돼 승무원들의 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섬세한 라스트, 친환경 공정 등 느리게 만들기

‘신발은 또 하나의 피부’라는 철학을 갖고 있는 가버 슈즈는 기성화지만 맞춤화 못지 않은 길고도 복잡한 공정 과정을 거친다. 느리지만 섬세한 공정 과정, 즉 ‘가버콜로지(gabor+ecology)’가 그것이다.

한 켤레의 신발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무려 250여 개의 소재가 사용되고 140회의 과정을 거친다. 공정별 전문가도 세분화되어 있다. 라스트(신발을 만들 때 기본이 되는 틀) 제작 연구진, 가죽 엄선 전문가, 디자이너, 파트별 신발제작 장인 등이 팀을 이뤄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외부에서 구입한 라스트를 사용하는 타 브랜드와 달리, 가버는 일일이 수작업을 거친 라스트로 제작한다. 특히 다른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는 ‘G’와 ‘H’라는 특별한 사이즈가 있는데, 서양인과 달리 볼이 넓고 살이 많은 동양인 발 모양에 맞도록 디자인된 것이다. 2006년에는 업계 최초로 하나의 부츠 디자인을 종아리 굵기에 따라 5가지 종류로 다양화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가죽 염색과 신발 제작에 들어가는 소재도 모두 친환경 재료다.

신발 제작의 전 과정에도 엄격한 친환경 기준이 적용된다. 공장에서는 니켈 소재의 그 어떤 부품도 찾아볼 수 없다. 알레르기 유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법적 허용 기준치 이내의 것조차도 아예 사용을 금지했다. 이러한 생산 시스템은 환경인증기관인 독일안전검사협회에 의해 그 안전성을 검증 받았다. 밑창 접착 시 흔히 사용하는 아교는 물론 환경오염물질이 함유된 화학물질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가죽·안감·지퍼·힐·인솔(깔창) 등이 피부에 닿았을 때뿐 아니라 땀에 젖었을 경우까지 고려해 인체에 해가 없는 소재를 쓴다. ‘먹을 수 있는 신발’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버 마케팅 관계자는 “라스트 제작 전문가는 매년 발표되는 패션 트렌드와 신발 전시회에서 선보인 디자인 경향을 분석한 후 디자이너와 의논해 그해 컬렉션 라인을 결정 한다”며 “디자인에 맞는 라스트 개발을 시작으로, 친환경적이고 섬세한 ‘느린’ 공정 과정을 통해 비로소 편안한 신발이 탄생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1.가버 슈즈는 자체 제작한 라스트를 기본으로, 공정별 전문가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탄생된다 2. 독일 로젠하임에 위치한 가버 본사.

<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
[사진 제공= 워킹온더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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