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벨경제학상 스티글리츠 교수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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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분야에서만 무역자유화를 부르짖는 반면 불리한 쪽은 무역장벽 낮추기를 외면하고 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58.사진)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11일 세계은행 본부에서 수상 기자회견을 갖고,선진국들의 자기중심적 시장개방 논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선진국들이 무역장벽을 낮추지 않아 개도국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농업을 꼽았다.미국과 유럽이 자국 농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개발도상국가들이 선진국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이어 "선진국들이 금융.서비스 분야의 시장개방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분야에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세계 최대의 금융.서비스 수출국"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미국도 은행들이 전국적 영업을 시작한 것은 불과 2년 전인 1999년"이라며 "미국이 국내 은행영업에 장벽을 쌓았던 것은 소규모 은행들이 거대 은행에 잡아먹힐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개도국들의 대변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스티글리츠는 "나의 바람은 뿌리깊은 지구촌의 경제 불균형을 해소함으로써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적 활로를 개척하도록 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는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을 비판하면서 "세금은 거두되 실직자 등을 위해 직접 재정을 쓰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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