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북한 '상봉 연기'에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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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고 한다. 북한이 이날 오전 일방적으로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과 태권도 시범단 방문을 연기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마침 金대통령은 통일.외교.안보분야 장관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반테러전쟁 지원과 함께 대북 쌀 지원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북한 조평통 대변인이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의 연기를 발표한 것. "회의 분위기가 무척 무거웠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金대통령은 "북측에 우리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례적이고 단호한 입장 표명이다. 그동안 북측의 잦은 약속 위반에도 관용적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북쪽 비위를 맞추기 위해 경계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金대통령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민감한 시점에 나온 북측 반응이란 점이다.金대통령은 오는 18일 중국 상하이(上海)를 방문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등 주변 4강 정상들과 만나게 돼 있다.

여기서 金대통령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남북관계에 새로운 활로를 뚫으려 했다.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반드시 서울에 온다"고 호언해온 것도 이런 자신감의 발로다.金대통령은 '미국의 테러사건으로 전세계가 전쟁 분위기에 휩싸인 가운데서도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렸다'는 것을 자랑해왔다.이번 정상회담에서 협조를 당부할 포인트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북측의 조치로 이같은 기대가 무산될 위기를 맞았다.더구나 남쪽이 대북 쌀 지원을 결정한 바로 직후다. 국내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는 우려하고 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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