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훈·최훈재 '노장 투혼'비상 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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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노장은 살아 있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는 흐름이 제일 중요하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패배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자칫하면 시리즈 전체의 명암이 갈린다.

그리고 큰 무대에 선다는 긴장감과 경기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몸은 굳고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그래서 단기전 포스트시즌은 심리전이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 돋보인다. 바로 현대 이명수(35)와 두산 최훈재(34)에게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1989년 프로에 함께 데뷔한 이들은 85학번 동기이자 팀타선의 맏형들이다.

요즘에는 스윙이 무뎌져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주전으로 뛰진 못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대타로, 그리고 벤치의 리더로서 이들의 비중은 크다.

95년 OB(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멤버 이명수는 98년 현대로 팀을 옮겨 맏형 역할을 해왔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보다 소리없이 후배들을 독려하며 제몫을 하는 게 이명수의 특징이다.

시즌 타율 0.248.1홈런.19타점의 이선수는 올시즌 두산을 상대로는 0.375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특히 두산의 강점인 박명환.이혜천.차명주 등 중간 계투진에 11타수 4안타(0.364)로 강해 현대 김재박 감독은 승부처에서 이선수를 대타로 투입할 계획이다.

최훈재도 비슷한 입장이다. 지난 시즌부터 전문 대타요원으로 보직을 변경한 최선수는 올시즌 주전 타선의 잦은 부상으로 인한 공백을 잘 메워줘 두산 김인식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았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이도형이, 2차전에서는 최훈재가 지명타자로 나섰다. 그러나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1루 수비가 불안한 우즈가 지명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고 그 경우 최훈재는 대타로 물러선다.

여섯번째 포스트시즌에 출장하는 최선수는 플레이오프 1,2차전이 벌어지는 수원구장에서 올시즌 타율 0.318(22타수 7안타)로 펄펄 날았다.

최선수는 "지난해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 큰 활약을 못했지만 이번에는 지켜봐 달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번 '가을잔치'에서 이들이 야구인생의 피날레를 멋들어지게 장식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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