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파' 성폭력에 병원은 '나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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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교도소에서 만난 강도.강간 등 전과자 두명이 지난 여름 수도권 일대에서 한달여 동안 43차례나 성폭행.강도.날치기 행각을 벌여왔음이 밝혀졌다.

등교길 여학생들을 납치해 성폭행하는 등 대범하고 흉포한 범행을 하루 두세번씩 저지르기도 했다. 특히 서울시내 대학병원들이 이들에게 당한 초등생의 진료를 거부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 엽기적 범행=지난해 복역 중 만난 金모(28.강도강간 등 전과5범).黃모(33.절도 등 전과6범)씨는 올초 석방된 뒤 지난 8월 "다시 한탕하자"며 재결합했다.

충북 청주에서 훔친 승합차에 20대 처녀 두명을 거리에서 납치, 야산으로 끌고가 성폭행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경기.충청도 일대를 돌며 매일 범죄행각을 이어갔다.

지난달 중순 경기도 광명시에서 등교길 초등생을 승용차로 납치, 성폭행하는가 하면 하교길 여고 1년생을 끌고가 번갈아 욕을 보였다.

현재 이들이 스스로 밝힌 범행만 ▶납치 윤간 14회▶강도 강간 12회▶강도 4회▶날치기 13회다.이들은 추적해온 청주 동부경찰서 수사팀에 지난달 18일 붙들려 구속됐다.

◇ 진료기피 병원 수사=경찰은 피해자 중 한명인 초등생의 부모가 고소함에 따라 의료기관 네 곳도 수사 중이다. "성폭행당한 딸이 출혈이 심해 두 대학병원 등 네곳을 찾아갔으나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것. 결국 이 아이는 다섯번째로 개인병원 부설 성폭력센터에 찾아가서야 수술과 증거물 채취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증거물 채취와 검사 등에 어려움이 있어 부모 동의하에 다른 병원에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성폭행 범죄대책 시급=경찰청 여성실은 이번 사건이 ▶성범죄 전과자들의 흉악한 재범▶수사협조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병원측의 성폭행 피해자 진료 거부▶피해신고 기피로 인한 범인 검거 지연 등 성범죄 관련 문제점이 종합된 사례로 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금형 여성실장은 "성폭행 피해자 진료거부 병원에 대한 처벌 강화와 성범죄 전과자 관리체제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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