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 꽃마을 주상복합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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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 '꽃마을 부지'의 주상복합건물 건립 계획이 전망 훼손을 우려한 대법원의 반대로 1년째 표류하고 있다.

이곳 1백29명의 땅주인들은 주택공사를 사업 시공자로 내세워 1만3천여평 부지에 20~25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과 아파트 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했으나 대법원측이 지난해말부터 조망권 확보를 주장하며 층수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해당 부지는 고도제한 규정이 없는 일반주거지역으로 최근 들어 주변에 고층 오피스텔 등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고층건물 건설 공방=꽃마을 부지는 1999년 12월 비닐하우스촌 철거

때부터 땅 주인들의 의뢰로 주공이 사업 추진을 맡았다. 이에 따라 주공이 상세계획을 마련하는 등 개발에 적극 나섰으나 대법원측이 층수를 낮춰달라고 요구하면서 사업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지난 3월 6일 서울시에 '대법원 청사의 조망권을 침해하거나 건축미적 가치를 떨어뜨리면 안된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대법원은 "외국에서도 최고 법원 주변 건물에 대해서는 일정한 건축 규제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꽃마을 지주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법원은 18층 높이의 대법원 건물 중 저층부(4층)의 높이를 넘으면 곤란하다고 한다"며 "그러나 꽃마을 터는 법원보다 지대가 낮아 20층짜리 건물을 지어도 대법원의 전망을 가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대법원의 요구대로라면 건물을 10층 이하로 지을 수밖에 없어 재산권 침해를 받는다"고 말했다. 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주공 관계자도 "대법원측의 제동으로 사업이 한치도 못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서초구 입장=대법원과 땅주인들의 싸움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서초구는 꽃마을 터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대법원의 조망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결과 서초구는 법원의 직선 시야 부분인 중심부는 저층으로, 주변부는 40층 이상의 고층으로 건물을 짓는 기형적인 개발안을 마련,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넘긴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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