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대전 확전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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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뉴욕.이슬라마바드.두샨베=김진.신중돈.예영준.이상언 특파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 세력의 전복과 이라크 공습을 언급하고, 주간에도 공습을 감행하는 등 테러대전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현지시간으로 9일 오후 7시20분쯤(한국시간 오후 11시50분)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와 남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사흘째 공습에 들어갔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이날 오전 8시15분(한국시간 낮 12시45분) 칸다하르의 탈레반 지휘본부를 폭격했다. 낮시간 폭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8일 브리핑을 통해 "탈레반 지상군도 공격 대상이다. 탈레반은 세계에 해롭다"고 말해 탈레반 축출도 공격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또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대사가 유엔안전보장이사국에 보낸 편지에서 "앞으로의 수사 결과에 따라 다른 조직이나 국가에 대한 추가 행동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밝혀 이라크 등으로의 확전 의지를 드러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9일 미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미국이 이번 주말께 공습을 끝내고 다음 단계로 대규모 지상군을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에 파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전면적인 재래식 지상공격은 아니며,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반면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지금까지 합의는 공격 대상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해 확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탈레반측은 미국의 이틀간 공격으로 35명이 사망 또는 부상했으나, 오사마 빈 라덴은 아직 무사하다고 파키스탄 주재 압둘 살람 자에프 탈레반 대사를 통해 밝혔다.

아울러 유엔의 아프가니스탄 대인지뢰 제거작업을 지원하던 비정부단체 아프간기술자문단(ATC) 소속 여성 네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첫 민간인 희생자로 기록됐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이번 공습 이후 아프가니스탄 난민 2만명 이상이 이란 국경을 넘어왔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은 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턴에서 탄저병으로 한명이 사망한데 이어 같은 사무실 동료 한명도 탄저병 박테리아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져 테러 관련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존 애슈크로프트 미국 법무장관이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회의기구와 아랍연맹은 10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회의를 열고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한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0일 오만, 11일 이집트를 각각 방문해 이번 공격에 대한 아랍권의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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