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프간 공격] 미국 또다른 주적 찾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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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이 확전의지를 밝히면서 도대체 어디까지 확전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공격 목표는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 제거, 그리고 이들을 보호해온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 정권에 대한 타격이었다.

그런데 공습이 전개되면서 새로운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탈레반 정권의 전복을 공언하기 시작했다. 이라크 공격 가능성까지 등장하고 있다.

◇ 탈레반 축출은 확정="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와 참모들을 포함해 탈레반 내에는 알 카에다와 밀접한 그룹이 있다. 그들은 세계에 해롭다. 그리고 그들이 없다면 아프가니스탄은 훨씬 잘 살게 될 것이다."

8일 첫 전쟁 브리핑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미국이 탈레반을 전복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탈레반 지도부를 축출하려는 아프가니스탄 지상세력과 우리는 같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탈레반을 공격하고 있는 북부동맹과의 연대를 언급한 것이다.

탈레반 전복 여부는 전시내각의 주요 쟁점이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보좌관 등은 전복 지지파였다.

반면 콜린 파월 장관의 국무부는 신중론 쪽이었다. 국무부는 탈레반을 내쫓은 후 새 정권을 방어해 주려다 미국이 자칫 내전에 말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또 누구를 새 정권에 앉히느냐를 놓고 파키스탄을 포함한 인접국들과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공습 며칠 전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이 "미국이 탈레반 전복을 겨냥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한 것을 상기한다면 럼즈펠드의 이날 발언은 미국의 전략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새 정권의 정체다. 탈레반 축출에 동의하는 유럽연합은 유럽에 망명 중인 자히르 샤 전(前)아프가니스탄 국왕을 수반으로 하는 과도정부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북부동맹은 "탈레반 이후 정부수립을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치고 나왔다. 파키스탄은 앙숙인 인도와 가까운 북부동맹의 집권을 반대하고 있다.

◇ 이라크 공격 가능성=8일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안보리 15개국에 보낸 편지가 공개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그는 "수사결과 빈 라덴의 알 카에다가 테러에 중심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다. 우리의 조사는 초기단계에 불과하다.(수사결과에 따라)다른 조직과 다른 나라에 대해 추가 공격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공습 전에도 미 연방수사국(FBI)에서 주요 테러혐의자가 사전에 이라크 정보요원과 접촉했다는 미확인설이 흘러나왔다. 물론 이라크는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만약 이라크의 개입이 드러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시내각으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이라크를 응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공격이 현실화하려면 많은 벽을 넘어야 한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현 상태에서 미국과 영국이 합의한 것은 공격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외교관들은 공격이 이라크에까지 확대되면 대 테러 국제연대는 무너지고 아랍.이슬람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미국에 등을 돌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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