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야기] '주식갖기 운동 펀드' 생각만큼 안 팔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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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판매 0건, 모집금액 0원''판매 4건, 모집금액 5천만원'.

5일부터 '주식갖기 운동 펀드'판매에 들어간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의 이틀간 성적표가 증권가의 화제다. 지난달 25일 청와대와 재경부의 지시로 증권사들이 부랴부랴 만든 '주식갖기 운동 펀드'실적이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처음부터 성공하지 못할 펀드였는데 이제 와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자조 섞인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언제든 환매가 가능하고 환매수수료가 없다는 점, 여기에다 투자수익률이 20%를 넘지 않을 경우 판매.운용 수수료(보수)를 면제해 주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던 정책 당국도 기대를 접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판매에 들어가 가장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 6일까지 1백7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그나마 선전하고 있지만 당초 연말까지의 목표액 1조원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털어놓는다.

4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LG증권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도 있고 해서 가장 뛰어난 펀드매니저를 배치했지만 시장 반응은 거의 없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신문.TV에 이 펀드 광고를 하지않고 있다. 수수료 수입도 없는데 구태여 자기 돈 들여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이 때문에 펀드 매니저의 의욕도 땅에 떨어졌고 대형 증권사의 실적을 보고나서 '주식갖기 펀드'를 운용 하려던 다른 증권사들은 포기 쪽으로 기울고 있다.

"차라리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돈 쏟아부었다 물릴 게 뻔한데 그 뒷감당을 누가 합니까""정부가 하라니까 하지만,힘없는 우리가 욕을 먹을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개점 휴업 상태인 주식 갖기 펀드 담당 직원의 넋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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