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공습에 담담… 경제여파에 더 큰 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보복 공격이 시작된 8일 시민들은 이번 공격이 오래전부터 예고됐던 탓인지 미국 테러 사태때와는 달리 대체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보복 공격 상황보다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미국측의 무차별 보복에 우려를 표시해온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날 미군 기지 앞에서 “아프간 민간인이 무고하게 희생되는 전쟁 반대”를 외치며 긴급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새벽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긴급 소집돼 비상태세에 들어간 관공서와는 달리 일반 시민들은 “예고된 전쟁이 드디어 시작됐다”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한 모습이었다.

각 방송사들은 하루종일 속보를 내보냈지만 미국 테러사태때 정도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경제계 종사자들은 미국의 보복 공격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사태의 추이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커지거나 장기화되면 우리나라 수츨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중동원유 도입이 지체되면 한국 재해보험업계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의 사재기 등은 없었지만 국내 시장에서도 금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뛰었다.미국 테러때 1돈에 4만7천여원에서 5만1천5백원정도로 급등한 국내 금 가격은 이번 사태로 지난주 토요일보다 돈(3.75g)당 3백여원이 올랐다.

서울 종로 S금도매상 조모(42)사장은 “이날 오전 금값 폭등을 예상한 도매업자들의 주문이 쇄도해 이미 평상시 대비 30% 이상 거래량 늘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소파(SOFA)개정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 40여명은 이날 오후1시쯤 서울 용산 미8군사령부 정문앞에서 미국 보복전쟁 및 한국 정부의 전쟁지원을 반대하는 긴급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국의 보복전쟁으로 아프간 민간인들의 대량 희생이 우려된다”며 “더 큰 폭력을 낳은 보복전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도 “이번 미국의 공습은 수많은 민중을 학살하는 범죄행위”라며 “한국정부가 이를 지원한다면 전쟁범죄의 공범이 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호준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