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인지초등생 물 끌어 벼 재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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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일 대구시 서구 비산5동 인지초교에서는 가을 하늘 아래 탈곡기 밟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 학교 어린이들이 5개월여 땀 흘려 가꿔 온 논이 황금빛으로 변해 마침내 추수를 하는 날이었다.

이날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전교생 2천여명은 운동장 한쪽 논을 둘러싸고 자리를 잡았다. 먼저 선생님과 학생들 20여명이 낫을 들고 논에 들어가 벼를 벴다.

논이래야 화단 터에 물을 끌어들여 만든 6평 남짓이지만 나락이 제법 누렇게 익어 가을 바람에 일렁였다.

지난달 새를 쫓기 위해 만들어 세운 허수아비가 더욱 추수 기분을 돋웠다. 벼베기가 끝나고 탈곡 차례.

학교측은 대구 근교 농가를 돌며 발로 밟는 탈곡기 1대와 재래식 훑게 50여대를 어렵사리 준비해 놓았다.

어린이들은 선생님의 탈곡시범을 지켜본 뒤 저마다 탈곡기와 훑게에 달라들어 벼를 터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탈곡작업에 참가했던 어린이 회장 황수진양은 “전통적인 수확방식을 익힐 수 있어 더 재미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수확된 벼는 모두 다섯말. 이 학교는 벼를 말린 뒤 쌀을 빻아 떡을 빚어 학교 인근 경로당 등에 모두 보낼 계획이다.

탈곡 후 얻어진 볏짚으로는 새끼 꼬기 체험학습에 쓰기 위해 학급별로 고루 나누었다.

이 학교는 도시 어린이들의 영농체험 교육을 위해 지난 6월 초 모내기 행사를 벌였다.

손 쉬운 밭벼보다는 무논의 벼농사를 체험하기 위해 화단을 돋우고 수돗가의 배수구를 돌려 물을 댔다.

또 비료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한여름에 몇 차례 김을 매는 환경농법으로 벼를 보살펴 왔다.

벼농사를 지도한 이근철 교사는 “어린이들에게 매일 먹는 쌀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밥상에 오르게 되는지를 체험으로 일깨운 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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