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는 로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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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1일 오후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한나라당 부산시당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 정몽준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출마자들과 당원들이 6·2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 행사장 밖엔 ‘초대 받지 못한 손님’들도 있었다. 부산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보수 성향 후보 8명이었다. 이들은 명함을 돌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일부 운동원은 “한나라당 당원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과 무관하다. 그런데도 이들은 왜 정당의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을까. 정치권 인사는 2일 “16개 시·도의 교육을 책임질 이들인데, 광역단체장에 비해 부각되지 않아 사실상 얼굴을 알리는 것조차 힘들다”고 전했다.

진보 진영은 그나마 낫다. 그간 단일화 논의를 통해 서울(곽노현)·경기(김상곤)·인천(이청연) 등 수도권을 포함, 10여 곳에서 내부 후보 정리를 끝냈다.

반면 보수 진영은 여전히 북적대는 상황이다. 서울시 교육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권영준·김경회·김성동·김호성·이경복·이상진·이원희 후보 등 7명이 6일 단일화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한나라당 서울시 당협위원장들이 선호하는 김영숙 후보가 빠져있다고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울상이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내 코가 석자이다 보니 단일화시킬 정신이 없다”며 “지금대로면 우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교육감 선거를 두고 교육계와 정치권에선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란 비유까지 나온다.

정책 개발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선거공보물을 잘 만들고 투표용지 상단에 이름이 올라갈 수 있도록 추첨을 잘하는 게 당선 확률을 높인다는 판단에서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정책을 많이 준비해도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없고, 정당과의 연대를 확보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운 좋게 순서를 잘 뽑아 유력 후보처럼 보이는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각 후보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고정애·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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