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초콜릿 복근’ 남자들이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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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에 온 ‘원반 던지는 사람’. 대리석 조각상. 로마시대, 기원후 2세기, 기원전 5세기경의 그리스 원본상을 복제한 것이다. [영국박물관 제공]

진정한 ‘초콜릿 복근’을 보려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야겠다.

세계문명전 ‘그리스의 신과 인간’이 1일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영국박물관(브리티시 뮤지엄)에서 빌려온 유물 136점이 8월 29일까지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 두드러진 건 이상화된 남성의 나신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신체 단련은 시민의 의무였다. 운동 경기를 통해 신체를 단련했고, 단련된 신체로 전쟁에 나가 승리의 월계관을 써야 했다. 남성들은 체육관에서 벌거벗은 상태로 운동하며 단련된 몸을 뽐냈다. 전시의 마스터피스인 ‘원반 던지는 사람’은 그렇게 이상화된 남성의 몸을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운동경기에서 우승한 선수는 오늘날 스타보다 더한 영웅이었다. 승리자의 몸을(물론 벗은 상태다) 동상으로 만들어 후대에 전하도록 했으니 말이다.

운동경기의 승리자에겐 올리브기름을 가득 채운 암포라를 상으로 내렸다. 트로피의 원조격이다. 암포라, 칼릭스(술잔), 물병 등에는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풍물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벗은 몸으로 신체를 단련하는 남성, 출정을 앞둔 남성, 연희에서 춤 추는 창녀, 남성간의 동성애도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나이든 남성이 젊은 남성에게 구애하는 것은 일상화된 일이었고, 동성애는 일종의 통과의례로 여겨졌다.

아이 손 잡고 달려간 엄마들의 낯이 다소 뜨거워질 수 있겠다. 아름답고 흥미로운 것들이라 놓치기 아까운 전시이기도 하다.

성인 1만원.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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