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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 ‘세계 영향력 100인’에 한인 요리사 데이비드 장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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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뉴욕에서 활동 중인 한인 요리사 데이비드 장(32·한국명 장석호·사진)씨가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0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됐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한국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장씨는 지난달 29일 발표된 ‘타임 100인’의 예술가 분야 25명 중 19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고든 램지(영국), 마리오 바탈리(이탈리아), 노부 마쓰히사(일본)를 비롯한 창의적인 요리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스타 셰프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장씨는 2004년 뉴욕에서 ‘모모푸쿠(Momofuku) 누들 바’라는 레스토랑을 열어 폭발적인 라면 신드롬을 일으켰다. 일본어인 모모푸쿠는 행운의 복숭아라는 뜻이다. 그 뒤 한국의 쌈 요리를 기반으로 한 ‘모모푸쿠 쌈 바’와 ‘모모푸쿠 코’ 등 한국식 퓨전 레스토랑을 잇따라 오픈해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타임은 장씨가 “처음에는 몇 가지 단순한 요리를 내놓다가 차츰 아시아 음식에 전통적인 유럽식 요리법을 접목해 비싼 레스토랑에서나 가능한 실험적인 요리들을 선보이며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삶은 돼지고기 삼겹살을 해선장·오이절임과 함께 중국식 빵 사이에 끼워먹는 ‘포크 번(Pork Bun)’은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의 대표적 메뉴다. 성게알과 타피오카를 얹은 크림두부 등은 반드시 맛봐야 할 창의적인 음식 중 하나라고 타임은 칭찬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가 만들어주는 자장면을 가장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중·고 시절 그는 버지니아주 주니어 골프 챔피언과 미식축구 장학생으로 뽑혔을 정도로 알아주는 스포츠맨이었다. 그는 코네티컷주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뒤 뉴욕 월가로 뛰어들어 금융계에서 일했다. 그러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요리라는 것을 깨닫고, 맨해튼의 요리학교인 FCI(The French Culinary Institute)에 진학하면서 요리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어린 시절 식당을 운영했던 부모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그는 먼저 뉴욕의 유명한 요리사인 장 조지, 톰 콜리치오, 대니얼 블러드 등이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20년 경력의 장인에게 소바(국수) 만드는 법을 전수받고 뉴욕으로 돌아왔다. 그의 음식이 한식·일식·중식의 구분을 초월한 ‘창의적인 퓨전요리’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 같은 경험에서 비롯했다.

그는 2006년 ‘푸드 앤드 와인’이 선정한 미국 최고의 신인 요리사 1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2007년 남성잡지 ‘지큐(GQ)’가 선정한 ‘올해의 셰프상’, 제임스 비어드 재단의 ‘신인 요리사상’을 받았다. 그의 레스토랑 ‘모모푸쿠 쌈 바’는 영국의 ‘레스토랑 매거진’이 지난해 4월 선정한 세계 50대 레스토랑에서 31위에 올랐다.

한국음식 세계화와 관련해 장씨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며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감각 있고 정직한 음식을 내놓으면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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