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직원 업무 편중으로 전문성 키우기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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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공정거래위 직원들은 늦게 퇴근하는 이들이 많다.한 사무관의 평균 퇴근시간은 오후 11시30분. 걸핏하면 휴일에도 나온다. 그가 혼자 떠안은 사건만 32건,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에서 넘어온 2백40건의 불법 사채(私債)신고까지 맡았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공정위 안팎에서 '사건처리위원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해 공정거래위는 총 1천5백97건의 법 위반 사건을 처리했다. 하루 평균 4건 넘게 처리한 셈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불공정 하도급행위(8백76건)였다. 이에 비해 독과점으로부터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는 공정경쟁 정책 본연의 업무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독과점)사건은 한건도 없었다.

한국개발연구원 법경제팀장을 지낸 신광식 박사는 "공정위가 대기업의 '횡포'나 불공정행위로부터 중소 사업자 등 경제적 약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설립 20돌을 맞은 지난 4월 이남기 위원장도 "독과점과 카르텔 사건을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시장분석 능력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다른 일을 자꾸 벌이지 말고 경쟁촉진 정책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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