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프간 공습 며칠간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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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뉴욕.이슬라마바드.두샨베=김진.신중돈.예영준.이상언 특파원] 미국.영국 연합군은 8일 오전 1시25분(한국시간.아프가니스탄 현지시간 7일 오후 8시55분)부터 세차례에 걸쳐 아프가니스탄을 공습, 카불.칸다하르.잘랄라바드 등 6개 거점을 맹폭했다.

이 공격으로 카불에서만 20명 이상이 숨졌으며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군의 방공망 등이 상당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의 아프간이슬람통신(AIP)은 8일 카불 공항 근처에서 10명이 사망했으며 국영 라디오 방송국에서도 1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사망자에 민간인이 포함됐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며 "희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관리는 8일 "공습이 며칠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고 이번 공격에는 B-1.B-2.B-52 등 15대의 폭격기와 25대의 전폭기가 참가했으며 군함과 잠수함에서 5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번 공격에도 불구하고 테러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는 무사하며 이들은 TV 메시지를 통해 결사항전과 성전(聖戰.지하드)을 선언했다.

탈레반 국방차관인 누르 알리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영국군의 공격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탈레반측은 이날 미군기 한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으나 미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다. 미국은 이날 아프가니스탄에 인도적 지원 물품을 공중 투하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8일 미국과 영국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 회의를 소집해 사태와 관련한 미국.영국측의 브리핑을 듣기로 했다.

공습 직후 워싱턴 포스트와 ABC방송이 실시한 미국민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94%가, NBC방송과 월스트리트 저널이 한 조사에선 90%가 이번 공격을 지지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7일 미 전역의 치안당국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따른 테러 또는 폭력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최고도의 경계 태세'에 들어가도록 지시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해외 미국민과 전세계 미국 시설물 관계자에게 보복 공격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서방 진영과 러시아는 이번 공격을 지지했지만 아랍.이슬람권에선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 친미 국가들도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파키스탄에선 곳곳에서 산발적인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은 이번 공격이 국제사회와 이슬람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며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는 성명을 냈다.

이라크는 이번 공격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중국은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이 다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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