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리뷰] '헤즈볼라' 입장 그들 육성으로 전달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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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미국이 대테러 전쟁을 8일 새벽 마침내 결행했다. CNN은 미국의 공격 장면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6일(SBS.밤 10시50분) 방영한 '그것이 알고 싶다-지하드, 테러인가 이슬람 성전인가'에서 "미국이 공격하면 죄없는 사람, 아이들만 죽는다"며 절규하던 아프가니스탄의 난민들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 프로는 그동안 한국언론에서 사각지대였던 이슬람, 그 중에서도 무장테러 단체를 현지에서 직접 취재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미국 테러사건 이후 이슬람 문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으나 분쟁의 근본 뿌리가 되는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나 현대사를 추적하는 접근은 적어 아쉬운 터였다. 그런 차에 이슬람 3대 무장테러 단체의 하나인 헤즈볼라 측과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입장을 육성 그대로 전하려고 한 제작진의 태도는 상찬할 만했다.

프로는 중동문제의 뿌리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있으며, 무장단체가 자살공격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이스라엘이 그동안 저지른 죄과에 대한 응징이라는 것을 그들의 입을 통해 들려 주었다.

"한국이 일본에 지배당했을 때 독립운동이 정당하듯 우리는 이스라엘이라는 도둑에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는 것일 뿐"이라거나,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싶으나 난민 신분으로는 직업에 제약을 받아 지하드(성전)에 투신하기로 했다는 17세 소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2백명의 주민이 죽은 사방이 뻥 뚫린 아파트,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적이라는 그들의 발언 등은 미국의 시각에 경도돼 있던 편향성을 조금이나마 교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6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중동의 분쟁사를 압축해 다루려다 보니 사전지식이 없는 시청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겠다는 점이다. 몇 차례에 나눠서 방송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또 하나, 분쟁은 항상 상대가 있는 만큼 이스라엘과 미국측 입장도 반영돼야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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