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카드 총동원 '쿼터수호" 뒷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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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러.일 양국이 남쿠릴 열도 주변수역에서 제3국의 조업금지에 원칙 합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정부가 연일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5일 " 외교카드를 총 동원해 이 수역에서의 우리 꽁치잡이 조업금지를 막겠다" 고 말했다. 설령 러.일간에 공식 합의가 이뤄져도 이들 국가와의 추가협의 등을 통해 기존의 어획쿼터를 지켜나가겠다는 게 정부의 전략이다.

◇ 다양한 카드 마련=정부는 일단 15일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측을 압박할 계획이다. 우리 어선 조업이 '일본의 영유권 훼손과는 관계 없다' 는 입장에서 일본측에 대안 마련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이미 역사인식 문제에 대한 양보로 호된 비난을 받은 정부로선 일본이 이 문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정상회담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복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같은 강경방침은 9일의 러.일 차관급 회의와 20일께의 러.일 정상회담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 문제를 내년의 한.일 어업협상과도 연계하겠다는 입장이다.

◇ "러시아의 우호조치 기대" =3국 조업금지 문제의 열쇠를 쥔 러시아에 대한 우리측의 입장은 크게 두가지다. 한.러 어업협정이 러.일 협의로 훼손돼서는 안되고, 한.러.일 3국간에 만족할 만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러시아는 이같은 우리 입장을 지난달 일본과의 협의에서 일본에 전달하는 한편 "한국 정부의 어업 이익을 보호하겠다" 고 우리측에 통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러간 협력은 여러 분야에서 잘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어업협력은 호혜적" 이라고 말해 러시아의 우호적 조치를 기대했다.

'강한 러시아' 를 주창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영토문제 양보로 연결되는 일본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경제논리로 일본측의 주장을 수용할 수 있다. 일본이 러시아 어민의 밀어(密漁)를 단속해 주는 데 따른 러시아 정부의 세수 증대(5억달러 추정)와 수산자원 보존 협력금이 제3국 입어료보다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남쿠릴 열도 수역 입어료는 약 85만달러다.

◇ 앞으로의 전망은=앞으로 한.러.일 3국간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측이 문제삼지 않았던 '한.러 민간 어업협상' 방식에 따른 조업이나, 우리가 러.일 모두의 양해를 받는 방안 등을 정부는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존 어획 쿼터가 확보되면 예전의 조업방식과 조건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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